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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원 옥장이 단단한 옥을 섬세하게 가공하기 위해서 갈이틀을 돌리고 있다. 갈이틀은 두개의 발판을 번갈아 밟아 동력을 전달해 옥을 가는 전통 기계이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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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찾아서] 중요무형문화재 옥장 장주원씨
공예라기보다는 마술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옥으로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을 만들었는데, 용의 입안에 옥구슬이 굴러다닌다. 여의주를 따로 입안에 넣은 것이 아니다. 옥 하나를 붙임 없이 만들어낸 것이다. ‘환주기법’이다. 쇠사슬 모양의 옥 목걸이 역시 붙임 없이 하나의 옥으로 만들어냈다. 하나의 원석에서 실을 뽑듯이 둥근 고리를 끊김 없이 연결했다. 옥공예가 오랜 전통인 중국에서는 금으로 고리를 만들어 사슬을 만들지만 그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고리 연결 기법’을 이용하면 끊김 없이 옥 사슬을 만들 수 있다. 옥을 다루는 마술에 가까운 그의 기술은 ‘회전 관통기법’에서 절정을 이룬다. 물과 술을 담는 주전자를 옥으로 깎아 만드는데, 좁은 구멍을 뚫어 옥의 내부를 파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옥의 내부 곡면을 따라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치 내시경 없이 수술하는 형국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몸뚱이로 갈수록 구멍을 넓게 파기도 하고, 주전자 주둥이와 몸체 사이에 차를 거르는 체도 조각했다. 보이지 않는 주전자 속에 촘촘한 망을 만든 것이다. 연마기가 옥을 갈아내는 마찰음을 손으로 느끼며 작업해야 한다.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서 해야 하는 초정밀 기술이다. 기술 완성에 무려 30년이 걸렸다. 옥을 깎아내는 기계도 그가 독창적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옥공예사들이 범접 못하는 그만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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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 봉황 연 향로, 녹옥 봉황 연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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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 찾으러 전세계 50개 나라 원정
30년만에 개발한 옥 사슬 기법 ‘마술’
20대 종로 귀금속상가 ‘목포짱’ 명성
깨진 옥향로 수리하다 옥빛에 빠져
중국서 최고명예 ‘1급 대사’ 칭호 초청 그가 지금까지 원석을 구하러 다닌 나라만도 50여개국. 한번은 러시아로 달려가 옥 원석 48톤을 거금을 들여 사왔는데 고작 조그만한 장신구 두 개를 만드는 데 그쳐야 했다. 원석의 속이 부실했던 탓이다. “대부분 공예는 작가가 작품을 먼저 정하고 재료를 고르지만 옥은 그 반대입니다. 옥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정해요. 아무리 향로를 만들고 싶어도 향로감이 될 만한 옥이 없으면 못 만들어요.” 한번은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옥을 만지면서 용의 입안에 여의주를 굴러다니게 깎겠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사람에겐 나의 기술을 전수하겠다.” 수십명이 모였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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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 해태여의 이중태환식 연결고리, 청옥 원앙 삼사자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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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퍼 입식 관통 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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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장이란 신분 상징하던 동양권 대표 보석
조선 왕실공예 발달…문헌 안남아 옥은 색채가 아름답고 단단해서 예로부터 장신구나 화살촉 등의 무기로 쓰였다. 경옥(硬玉)과 연옥(軟玉)으로 나누어진다. 경옥은 경도가 6.5~7도, 연옥은 6~6.5도까지를 말한다. 색깔도 백색, 녹색, 암벽색, 암녹색, 황색, 적갈색, 흑색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 민족이 특히 좋아하는 비취는 녹색의 투명한 옥을 말한다. 동양문화권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사회 신분을 나타내는 장신구로도 이용되었다. 성질은 끈기와 온유, 은은함 등을 상징한다. 옥으로 생활용품이나 장신구를 제작하는 장인을 옥장(玉匠)이라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옥이 애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물품을 만드는 경공장에 장인 10명이 배속될 정도로 옥공예가 발달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옥 제작 방법과 공구 등은 문헌으로 남아 있지 않다. 제작 공정은 채석-디자인-절단-성형-세부조각(구멍뚫기·홈파기)-광택의 6단계 과정을 거친다. 원석이 선택되면 종이에 1차 도면을 그리고, 도면의 크기대로 원석을 절단한다. 절단 과정에 필요한 공구는 켤톱, 연마제(탄화규소), 물 등이다. 옥은 경도가 높기 때문에 절단·연마를 하거나 구멍·홈 등을 낼 때에는 연마제의 작용이 중요하다. 절단 공구인 쇠톱, 구멍을 뚫는 활비비, 연마 공구인 갈이틀, 활방계, 회전발틀, 물레 등 여러 공구들이 사용된다. 옥은 비싼 원석이기에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쓰임새를 예측해야 하고, 섬세한 형태와 정교한 조각 과정을 위해 고도의 예술성이 필요하다.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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