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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소설 <와와의 문>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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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소설 <6화>
와와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니, 듣다 보니 그건 와와의 남편이 만든 조그마한 나무 의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선풍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언제 나무 의자로 옮겨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었어.
와와의 남편이 죽었다는 건 시간이 더 지난 후에 알았다. 지진이 찾아온 그날, 와와의 남편은 거실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뉴스나 신문에서 봤던 기사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러나 와와의 남편은 지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었다. 와와는 그런 게 아니라고만 했다. 그런 뒤 잊고 있었다는 듯 다시 선풍기 이야기를 하거나 남편이 만든 나무 테이블을 공들여 설명하곤 했다. 그럴 때 와와는 자신이 어디를 디뎌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자칫하다 미끄러지거나 한쪽 발이 빠지지 않도록 깊고 어두운 웅덩이 주변을 조심조심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자와 비슷하지?
나는 내가 앉은 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잠자코 듣기만 하는 건 어쩐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누군가 말할 땐 언제나 적당한 리액션이 필요하고 나는 대체로 그런 걸 잘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더 들을 수 있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하지 않아도 좋은 말들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아니, 등받이가 없었어. 네모나고 길쭉했어.
그럼 저런 벤치 같은 거구나.
나는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런 것과는 좀 달랐어.
와와는 아니라고만 했다. 아니라고, 네가 말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와와의 남편이 만든 의자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의자의 형체는 점점 희미해지더니 나중엔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잘 모르겠어.
결국엔 내가 미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괜찮아. 괜찮아.
와와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웃은 다음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후 내내 질문과 관련 없는 엉뚱한 이야기만 듣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그날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지 결심했지만 다음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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