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03 20:38
수정 : 2015.03.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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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다자셰. 안현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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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현민 셰프의 베이징 밥상
이제 상하이 다자셰(大閘蟹. 민물대게)도 끝물이다. 영어로는 헤어리 크랩(Hairy Crab)인데 가을이면 대부분의 호텔이나 대형 중식당에서 프로모션을 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이다. 최고로 손꼽는 장쑤성 양청호수(洋澄湖)의 다자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구하기가 어려운 편인데, 올해는 가격이 비교적 예년보다 저렴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상하이와 장쑤성 사람들은 이 게를 황주에 절여 먹기도 한다. 몇 년 동안 고이고이 묵혀 왔던 황주와 함께 먹는 다자셰는 가을의 호사로 여겨질 만한 맛이다. 우리의 간장게장처럼 말이다. 새우도 이렇게 만들어 먹는다. 달달한 게살과 새우살을 잘 숙성된 황주에 절이면 한국의 간장게장, 간장새우처럼 하나의 별미로 완성된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별미인 황주에 절인 게는 상하이와 장쑤성 그리고 남방의 몇 군데 지역 사람들만 먹는다. 쪄서 먹는 게는 모든 중국인들이 즐긴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절인 게는 아니다. 특정 지역 사람들만 먹는 편이다. 이유는 중국인들이 날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인데 심지어 베이징과 상하이 식당에서는 절인 게를 살짝 익혀서 내가기도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해 전쯤 한국에서 비교적 유명한 간장게장 브랜드가 베이징에 진출했다. 가격이 비쌌지만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간장게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도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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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에 절인 다자셰. 안현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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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건 아닌데 ‘고생하겠다’라는 생각이 씁쓸히 들었다. 황주에 절인 상하이 다자셰도 다시 쪄서 먹는 사람들인데 한국의 간장게장도 쪄 달라고 하지 않을까! 베이징 사람들은 한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양념게장도 손을 안 댄다. 그걸 먹는 건 오로지 한국인들뿐이다. 간장게장 브랜드 측은 중국 음식평론가들과 블로거들을 모아 놓고 시식회도 여러 번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곳을 다녀온 친구들 중에 간장게장 먹고 왔다는 친구들은 없고, 가끔 갈 때마다 둘러보아도 간장게장 주문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이들이 많았다. 차라리 상하이에 진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거기는 적어도 날게와 새우를 절인 것 정도는 먹어주니 시장을 개척하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아쉬울 뿐이다.
중국은 남방과 북방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예전부터 벼의 생산량과 밀 생산량이 남방과 북방이 달라서 남방은 쌀 문화, 북방은 면 문화다. 떡을 예를 들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베이징에 들어온 우리 떡볶이 브랜드들이 문 닫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상하이에 진출한 브랜드들은 대박을 내고 있다. 브랜드를 모방한 집들도 덩달아 성공하고 있다. 상하이는 남방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쌀을 가공한 떡도 많이 먹는다. 가래떡을 썬 떡국용 떡을 다른 식재료와 볶아 먹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계절에는 상하이 다자셰의 게장과 떡을 같이 볶아 먹는 것을 별미로 친다. 소고기와 함께 볶기도 한다. 단지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떡을 즐겨 먹는 곳이다. 훠궈에도 떡을 담가 먹을 정도로 일상에서 즐기는 식재료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다르다. 내 주변에는 상하이나 남방지역 출신을 제외하고는 떡의 질감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쫄깃한 식감 때문에 떡을 안 좋아한다는 얘기를 주로 한다. 작년부터 베이징에 떡볶이 전문점들이 다시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여행 붐이 일다 보니 거부반응이 적어졌다. 벌써 2~3개의 지점을 낸 곳도 있다. 최근의 이런 분위기는 떡볶이 하나만을 주메뉴로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떡볶이집에서 부대찌개와 닭튀김도 판다. 그냥 한식당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내가 운영하는 식당의 특징이기도 하다. 베이징 사람들의 입맛이 그리 쉽게 변할 리는 없다. 상하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현민 ‘원 포트 바이 쌈’의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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