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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0 19:06 수정 : 2015.05.21 15:09

[매거진 esc] 안현민 셰프의 베이징 밥상

중국에서는 적어도 100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라오쯔하오’(老字??)라 부른다. 중국 정부가 부여한 등록상표로 대략 1000개의 브랜드가 있다. 여기에는 술, 중국식 장아찌 회사, 제약회사, 의류 브랜드 등 여러 가지다. 본래 1600개가 있었으나 2005년 정부에서 재확인 작업을 거쳐 현재는 1000개만 남았다.

라오쯔하오 브랜드에는 외식업도 있는데 그 역사가 명, 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곳이 많다. 여기를 찾아다니면서 중국의 역사를 생각하며 식사하는 것도 별미다. 그중 베이징 관광지로 유명한 첸먼(前門)에 있는 라오쯔하오 3곳을 소개한다.

1416년에 문을 연 베이징카오야 전문점인 ‘?이팡’(便宜坊)은 내년이면 역사가 600년이 된다. 베이징카오야는 명나라의 세번째 황제인 영락제가 수도를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난징의 대중적인 오리구이를 가져와 베이징에서 퍼진 오리음식이다. ?이팡을 베이징카오야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은 중국 10대 요리 명장이며 전통 루차이(魯菜·노채·산둥음식)의 전수자이기도 한 쑨리신(孫立新) 명장이 이끌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베이징카오야를 잇는 인물이자 현재 여러 카오야 전문 식당에서 사용하는 오리 절임법, 소스 등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의 많은 제자들이 현재 베이징에서 유명한 카오야집들을 운영하거나 총주방장으로 활동한다. 600년 역사의 이 집을 방문한다면 첸먼에 있는 본점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베이징만 해도 지점이 여러 개지만 본점만한 곳이 없다.

사진 안현민 제공
151년 역사의 베이징카오야 전문점인 ‘취안쥐더’(全聚德·전취덕)도 대표적인 카오야 전문점으로 중국 여러 지역에 지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가마가 아닌 전기오븐에 오리를 구우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점점 퇴색해가고 있다는 평이 많다. 전통가마에 구운 것과 전기오븐에 구운 것은 확실히 맛 차이가 크다. 이런 이유로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베이징카오야를 먹기 위해 취안쥐더에 가지 않는다.

?이팡은 가마를 밀폐해서 불길이 직접 오리고기에 닿지 않게 굽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오리의 살이 더 연하고 고소하다. 가마의 불길을 완벽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요리사의 내공이 중요하다. 취안쥐더도 과거 가마를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이팡 방식과는 또 달랐다. 가마 안쪽에 오리를 갈고리에 걸어 훈제하듯이 굽는다. 사용하는 장작은 배나무나 대추나무다. 가마를 닫지 않아 눈으로 구워지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조리하기가 더 편리하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편리함을 내세워 포기한 셈이다.

몇 해 전 분자요리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페인의 스타 셰프 페란 아드리아가 베이징에 왔을 때 베이징카오야와 샤오룽바오를 먹고 난 후 “이것이 진정한 분자요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페란 아드리아가 카오야를 먹은 식당은 올해 국제적인 미식행사인 ‘마드리드 퓨전’에까지 진출해 유명해졌다.

중국 음식에는 ?이팡처럼 황제가 등장하는 일화가 많다.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건륭제다. 중국인들은 차나 술을 따를 때 손가락을 구부려 식탁을 두 번 가볍게 치는 것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경우가 많다. 건륭제의 남쪽 지방 순방과 관련된 일화 때문에 생긴 풍습이다. 남방 순방길에 황제의 신분을 숨기고 신하와 동료처럼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하는 무릎을 꿇고 황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나 황제의 신분이 노출될까 걱정이 되었다. 황제와 신하가 합의를 본 행동이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두 번 식탁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손가락 모양이 마치 무릎 꿇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북방 순방길의 일화도 있다. 건륭제는 1752년 춘절을 하루 앞둔 그믐날에 퉁저우(通州) 일대의 민심 탐방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첸먼 일대의 상가를 지나가게 되었다. 식사를 잘 대접 받고 나온 황제는 별다른 간판 없이 영업하던 이 식당에 두이추(都一處)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직접 쓴 현판까지 하사했다. 두이추를 직역하면 ‘오로지 한 곳’이라는 뜻이다. 1738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지금도 샤오마이(燒賣)를 판매한다. 중국은 100년 훌쩍 넘는 식당을 내세워 빠르게 전 세계 미식계에 진출하고 있다. 간혹 요리사로서 부럽기도 하다.

안현민 ‘원 팟 바이 쌈’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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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안현민셰프의 ‘베이징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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