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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6 20:40 수정 : 2015.08.27 10:38

중국 베이징 ‘설빙’의 망고빙수. 사진 안현민 제공

[매거진 esc] 안현민 셰프의 베이징 밥상

이제 더위도 한풀 꺾여 ‘선선한 베이징’이 시작되었다. 열병식 준비로 8월20일부터 9월3일까지 베이징의 공장 가동이 멈춰서다 보니 베이징에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공기가 좋아졌다. 올여름 베이징이 유난히 무더웠기 때문일까, 새로 문 연 빙수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풍경이 자주 목격됐다. 무척이나 낯설다. 한여름 더위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내 모습을 보고 찬 냉수를 어떻게 마시냐면서 이해가 안 간다고 놀리는 중국인 친구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얼음을 갈아서 만드는 빙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다니!

내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 동네인 베이징의 싼리툰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태원쯤 된다. 최근에 빙수가게 3곳이 문 열었는데 한 곳은 딘타이펑(샤오룽바오(소룡포)로 유명한 집. 서울은 물론 세계 여러 도시에 지점이 있다)을 운영하는 대만 회사가 문 연 ‘아이스 몬스터’이고, 두 곳은 한국에서 유행한 우유빙수를 파는 ‘설꽃빙’과 ‘설빙’이다. 손님은 설빙이 훨씬 더 많은데 한국의 설빙과 이름이 같아 당연히 우리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테리어가 뭔가 달라 보였다. 맛도 달랐다. 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맛과 서비스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인 직원들을 상주시킨다. 하지만 한국인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짝퉁이었다.

설꽃빙이라는 빙수집도 한자어로 된 설빙 사이에 ‘꽃’자가 한글로 들어가 있다. ‘雪꽃’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설빙과 구별이 쉽지 않다. 설빙은 짝퉁이지만 한국 드라마 유행에 민감한 ‘주링허우’(90后.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이들)들이 서로 눈도장을 찍겠다면서 밤 9시 넘도록 줄을 서는 바람에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왕성한 구매력을 가진 층이 ‘바링허우’(80后)에서 ‘주링허우’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 빙수만 봐도 ‘주링허우’들의 구매력은 왕성하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 대리택시 앱, 식당 평가와 음식 배달 누리집들이 ‘주링허우’를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을 한다. 중국에서 미식 누리집으로 유명한 ‘더우궈’(豆果)에서 누리집 안 구매자들을 조사한 결과 ‘바링허우’와 ‘주링허우’의 구매율이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또한 최근 중국 서점에서는 집에서 간단히 만드는 디저트 책과 전기오븐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이것도 다 이들이 끌어들인 것이다. 200~300위안(한화 3만~5만원대) 정도 하는 작은 전기오븐으로 집에서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인 것이다.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다 보니 최근에는 전통문화를 이상하게 가져다 붙인 듯한 마케팅도 생겨났다. 바로 ‘칠석 마케팅’이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없었다. 요즘은 칠석(음력 7월7일)을 ‘중국의 밸런타인데이’라고 부르며 마케팅을 하는데, 칠석 고객을 잡기 위해 레스토랑에서는 칠석 할인 이벤트를 한다. 또한 젊은 결혼 커플들은 칠석에 결혼증명서(중국은 결혼을 하고 나서 해당 관공서에 가서 부부가 같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들어간 결혼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를 발급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칠석 마케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독수공방하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났다 다시 헤어지는데 밸런타인데이와 끼워맞추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올해 나는 칠석 마케팅을 하지 않아 칠석 때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칠석 마케팅을 보면 흡사 1960년대 일본의 한 제과회사가 여성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라고 부추기기 시작한 행사가 한국으로 넘어와 정착되어버린 ‘한국 밸런타인데이’의 또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다.

안현민 ‘원 포트 바이 쌈’의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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