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16 19:36
수정 : 2015.09.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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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식당 ‘쌈’. 안현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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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현민 셰프의 베이징 밥상
이번에는 중국의 외식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베이징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체인을 포함해서 엄청난 수의 호텔들이 문을 열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호텔들은 다양한 음식 관련 프로모션을 기획해 손님을 모았다. 중국 외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대중들이 음식점을 평가하는 누리집 ‘다중뎬핑’이 등장하며 더 많은 중국의 젊은 친구들이 외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여러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누리집들이 많지만 2008년 당시만 해도 잡지 정도가 전부였고 그나마도 대부분 고급 음식점들 위주로 소개를 했다. 고급 음식점부터 저렴한 식당까지, 대중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소개하는 다중뎬핑의 파급효과는 컸다. 최근 다중뎬핑은 한국으로 가는 중국 여행자들을 위해 서울이나 부산의 맛집 정보들까지 게재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변화를 보였던 중국의 외식사업은 시진핑 주석이 들어선 이후 또다른 변화를 맞는다. 주석이 부패척결을 강하게 추진하자 접대가 줄어들면서 비밀스러운 고급 음식점들이 영업 악화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대형 음식점들도 조식을 제공한다거나 다른 브랜드들을 만들어 다양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이징 주민들의 소득 수준은 과거에 비해 올라 식도락을 취미 삼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제일 먼저 인기를 끈 분야는 커피와 디저트다. ‘스타벅스’와 ‘코스타’ 같은 브랜드는 같은 지역에만 2~3개의 지점을 낼 정도고 외국 브랜드뿐 아니라 한국인이 운영하는 ‘만카페’라는 곳도 짧은 시간에 중국 전역 100개가 넘는 커피점을 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개인들이 연 작고 소박한 커피점도 커피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중저가 식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러다 보니 외식업체와 관련이 없었던 대형 기업들도 중국의 외식업에 진출하고 있다.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모에 에네시’도 ‘크리스털 제이드’라는 외식업체를 인수했고 중국의 유명 컴퓨터업체도 수백억위안에 영국의 한 외식사업체를 사들여와 중국 여러 지역에 지점을 내기 위해 준비중이다. 중국 내 한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여행자들이 늘면서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본 중국인들이 늘었다. 그런 이들의 입맛을 고려해 중국 내 한식 브랜드들도 변신 중이다. 1년 매출이 조 단위로 알려진 중국 내 가장 큰 한식 브랜드 ‘한라산그룹’도 한국 현지 느낌을 최대한 살린 브랜드들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성공’이라는 문패가 달리는 식당은 짧은 시간 조 단위 매출을 올린다.
중국 외식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고 들었다. 지금 흐름도 잘 파악해야지만 지역 선택도 중요하다.
중국은 지역별로 성공하는 가격대가 다르다. 베이징에서는 고급 양식당들도 세트메뉴가 800위안(한화 14만원)을 넘어가면 영업이 안 된다. 베이징에서 가장 서비스 좋고 인기가 많은 식당인 ‘템플 레스토랑 인 베이징’(Temple Restaurant in Beijing)도 800~1000위안(한화 14만~18만원) 가격대의 세트메뉴로 구성했다. 하지만 중국 금융의 중심지인 상하이는 다르다. 더 고가의 음식들로 구성했지만 손님들이 붐빈다.
베이징에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의 레스토랑 몇 개가 오픈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노부’밖에 없다. 베이징의 노부는 배우 성룡(청룽)이 여러 소유주 중 한명이다. 당분간 문 닫을 일은 없다. 2년 전 나는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바꿨다. 가격을 40% 낮추고 1인분씩 나오는 코스 대신 푸짐하게 한 접시를 나눠 먹는 식으로 바꿨다. 베이징의 외식시장을 들여다보고서다. 이후 3년 동안 밀린 임대료도 다 갚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 제의도 여러 군데에서 받았다. 내년부터 중국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 때문에 외식업 지점 설립이 쉽지 않다. 제약이 많아진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에서 외식사업을 확장하기에 제일 적기가 아닌가 한다.
안현민 ‘원 포트 바이 쌈’의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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