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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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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현진의 애정동물생활
역시 고양이가 대세다. 개 팬시용품은 없어도 고양이 팬시용품은 수없이 많고, 고양이는 기분 나쁘다거나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는 말도 다 옛말이고, 이젠 아무도 도둑고양이라 안 하고 길고양이라 한다.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는데, 그들은 고양이 키운다 안 하고 ‘집사’로 모시고 산다는 이가 많다. 사실 나는 고양이가 그저 그렇다. 지금까지 쭉 개만 길렀, 아니 주웠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양이 찬미자들이 개를 까는 게 불만스럽기도 하다. 마크 트웨인 같은 사람들, 이 살짝 삐뚤어진 고양이 찬미자들은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꼬리 치고 혀로 핥아대고 손, 하면 손 주고 앉으라면 앉는 개가 미련해 보여서 싫다며 하도 고양이의 도도함과 독립심을 입에 침이 마르게 찬양해대는 통에 말 못 하는 개 대신 내가 억울해서 그만 죄 없는 고양이까지 싫었다. 어차피 주인이 주는 밥 얻어먹고 사는 거야 고양이나 개나 똑같은데, 고양이를 찬미하는 사람들 보면 사료 대주는 호구 노릇 하는 건 너나 나나 똑같은데 고양이한테 비굴하게 구는 게 그리도 즐겁냐 흥, 하며 아주 삐딱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몇년 전 새벽, 녹즙 배달을 가려고 교회를 나서는데 야옹야옹 소리가 계속 들렸다. 힘차게 야옹야옹 하는 것도 아니고 힘없이 야옹야옹 울기만 했다. 웬 고양이가 우네, 하면서 어디서 고양이가 우나 둘러봤지만 보이지도 않고 우는 소리만 들려서 그냥 배달하러 갔다. 배달을 그만두기로 한 날은 애초에 지났는데, 뒤에 구해진 여사님들이 일이 힘들다고 번번이 관둬서 요즘 기성세대들 이렇게 나약해서 문제야, 하며 이를 박박 갈던 시절이었다. 배달 갔다 오고 대학원 수업 다녀오고 도서관에 책 빌리러 나가는데 아직도 야옹야옹 소리가 들렸다. 야옹? 하고 불러보자 야아옹~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영 힘없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길에서 다친 개를 주워온 것만 해도 수십마리가 넘어서 이제 고양이까지 주워 가면 엄마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제발 별 대답 말고 내 눈에 띄지 말고 있다가 무사히 네 엄마 찾아가렴, 하고 속으로 빌면서도 그냥 모른 척하자니 좀 그래서 예의상 혹은 도의상 나가봤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걸, 차 밑에 지난번에 장사 지내줬던 새끼쥐보다 별반 크지도 않은 새끼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소리도 찌익찌익 하고 작은데다 하도 조그마하고 꼬리도 실 같아서 뭐야 이번에도 또 쥐인가? 요즘 쥐가 왜 이리 끓어, 싶어 집어들고 보니 아니 이번에는 고양이였다. 까만 줄무늬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다가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내 주먹보다 조금 클까, 일단 집어든 고양이를 귀찮다고 버릴 수도 없어서 상자에 잘 넣어서 병원에 데려갔다. 좀 굶어서 그렇지 아주 건강한 상태라며 의사 선생님은 몸 이곳저곳에 난 상처 자국을 살폈다. 수고양이들은 영역 싸움을 하기 때문에 어릴 때 밟아놓자는 수컷 특유의 본능으로 아주 어린 수컷일 때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어른 수컷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자국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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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에세이스트, 팟캐스트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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