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박태일 제공
|
[매거진 esc] 박태일의 회사를 관뒀어
6월1일 월요일, 오전 5시23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몇 시간 안에 넘겨야 하는 이 원고 때문이다. 여러 해 잡지사에서 근무하면서 매달 마감을 해왔다. 단 한 달도 거른 적 없었다. 폭우가 쏟아져 지하철이 끊기고 폭설이 몰아쳐 버스가 멈춰도 마감이 미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월급을 받는 대가로, 강제적 마감에 몸을 맡겼다. 집안 행사에서 빠지고, 병원 진료는 미룰지언정, 마감을 버릴 수는 없었다. 퇴직자이자 프리랜서 에디터인 지금 내게 마감은 없다. 이 새벽에 바삐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을 누구도 강요한 적 없다. 오롯이 내가 선택한 일이다. 비록 시간에 쫓기고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중이다. 6월1일 월요일, 오전 6시45분 약 한 시간째 글을 쓰는 중이다. 점점 초조해진다. 왜냐하면 곧 집을 나서야 하고, 그 전에 이 글을 완성해 송고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까지 진행을 맡은 촬영 현장으로 가야 한다. 아직 씻지도, 가방을 챙기지도 않았는데…. 불현듯 이틀 전 아침을 떠올려본다. 그땐 뭐하고 오늘 이러고 있나? 5월30일 토요일, 오전 9시14분 이날 아침은 여유로웠다. 굳이 핸드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셨고, 좀처럼 듣지 않던 음악도 틀었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오후쯤에 모레 아침(바로 오늘)에 보낼 원고를 써야지. 그날 아침부터 촬영장에 나가야 하니, 미리 써두는 게 나으니까. 원고를 다 쓰고 나면 촬영 준비를 해야지. 오늘 밤까지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치면, 내일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필요한 소품도 사둬야지. 회사를 그만둔 자에게 시간 관리는 생명과도 같은 거니까, 이렇게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둬야지. 커피 향과 잔잔한 선율로 가득 찬, 그야말로 완벽한 프리랜서의 주말 아침. 다시, 6월1일 월요일, 0시39분
|
박태일 프리랜서 에디터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