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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01 19:27 수정 : 2015.07.02 10:16

사진 박태일 제공

[매거진 esc] 박태일의 회사를 관뒀어

1년. 자기 인생에 주어진, 어떤 갈림길에 놓인 사회인으로서 맞이한 1년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세 사람을 만났다.

어시스턴트 면접을 봤다. 신체 건강하고, 의욕도 넘치고, 무엇보다 일을 무척이나 하고 싶어하는 친구였다. 여러 문답을 나누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는지 물었다.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는 언제쯤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내가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반문했다. “적어도 언제까지 회사원이 되고 싶은데요?” “늦어도 1년 안에는요. 여자친구가 있어요. 만난 지 8년 넘었고, 그 친구는 회사원이에요. 1년 뒤에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그땐 나도 가정을 꾸릴 만한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딱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 뒤에 뭐가 되든 미련 없을 거 같아요.”

연차가 비슷한 후배가 있다. 비슷한 일을 비슷한 기간 동안 해오며 비슷한 고민을 앞다퉈 털어놓고 서로 위안을 주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둘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처음 공표를 한 상대도 이 후배였다. 그때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을 한꺼번에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뭐야, 선배가 나가면 어떡해요’와 ‘그래, 잘 생각했어요’가 동시다발적으로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어서 ‘선배는 잘될 거예요’와 ‘아, 이제 나는 언제 그만두지?’라고 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장 자주 안부를 묻는 건 이 후배다. 장난삼아 묻곤 한다. “그래서, 너는 언제 그만둘 거야? 내일? 다음달?” 장난이긴 하지만, 전혀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다. 항상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 타들어 가는 속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진짜 그만두더라도 더 잘될 걸 믿기 때문에. “아니야, 아직은 아니에요. 여기서 더 할 게 있어요. 아직 못 해본 것도 많고. 1년은 더 있어야 해요.” “그럼, 그다음에는?” “미련 없이 그만둘 거예요. 그 전에 다른 회사를 찾아보려고요.” “다른 회사? 어디?” “더 큰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지금 하는 것보다 큰 일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회사를 관두는 건 그다음에 해도 되니까.”

박태일 프리랜서 에디터
어느 날 문득, 같이 일하던 다른 프리랜스 에디터에게 물었다. “혹시 회사 다닌 적 있어요?” “네. 디자인 회사 딱 1년 다녔어요. 원래는 디자이너였거든요.” “그런데 왜 그만뒀어요?” 이어지는 ‘1년간의 스토리’는 파란만장했으나,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일단 사람들이랑 어울리질 못했어요. 원래 내향적이거나 독불장군 스타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거기 사람들과는 친해지기가 힘들더라고요.” 둘째, “야근도 진짜 많고, 일도 힘들었어요. 더 문제는 그에 비해 월급도 너무 짜고.” 셋째,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떤 큰 프로젝트를 회사가 맡게 되어, 바로 위 선배와 함께 각자 시안을 만들었어요. 며칠 끙끙대며 겨우 완성했는데, 내걸 본 선배가 자기 거랑 너무 비슷하니까 다시 만들라는 거예요. 황당했지만 뭐, 별수 없죠. 밤새워서 다시 만들었죠. 그렇게 완성한 두 명의 시안이 올라갔고, 결국 채택된 건 내 시안이었어요. 기분 너무 좋았어요. 괜히 통쾌하기도 하고. 그런데 다음날 출근하고 나니 그 선배가 내 시안을 자기 컴퓨터에 띄워 놓고 마무리하고 있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아, 여긴 더 있을 곳이 못 되는구나.”

뭐든 당장 결론이 난 사람에게 1년을 기다리라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고민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 1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인생에서 결정적이고 중대한 질문 앞에 놓인 사회인에게 주어진 1년. 그 정도면 심사숙고로는 충분하다. 이보다 더 써버리면 곤란하다.

박태일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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