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23 11:58
수정 : 2015.04.06 14:07
박승현의 MLB 리포트
엘에이(LA) 다저스 류현진(28)이 23일(한국시각) 스프링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를 떠나 엘에이로 향했습니다. 어깨 통증으로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류현진은 통증 완화를 위한 소염제 주사 치료 사흘 뒤인 이날 시험삼아 공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재발했고 구단은 엘에이로 돌아가서 정밀검진을 받도록 했습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시즌 개막까지 복귀가 힘들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일정도 진단을 받아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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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캐치 볼 하는 류현진의 모습. 사진을 찍고 보니 자세가 참 불편해 보였습니다. 현장에 같이 있던 다른 사진기자의 연속 사진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걱정했는데 몇 시간 후 LA 행이 발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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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3) 역시 왼쪽 삼두근 통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시범경기 출장은 물론 훈련도 쉬었다가 23일부터 다시 배트를 잡았습니다. 자기공명촬영(MRI)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지만 지난해 왼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터라 여전히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포츠 취재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선수들의 부상입니다. 류현진, 추신수처럼 특정 선수 취재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매일 얼굴 마주쳐야 하는 선수가 다른 것도 아니고 몸이 괴롭다는 사실은 늘 마음이 가라앉게 만듭니다. 경기 중 다치는 경우가 아니면 어느 선수든 부상을 쉽게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구단의 공식 발표에 의존해야 할 때가 다반사입니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곁에 있다가도 구단이 발표하고 난 뒤에야 “어, 뭐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통증 정밀진단 받으러 LA로 떠나
메이저리그, 선수 프라이버시 중시
선수·구단 동의없이 부상 안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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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다저스의 류현진이 3월초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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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20일 주사 치료를 받은 뒤 구단 훈련에 참가했고 마침 이날 비가 내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펜 피칭을 건너뛰었습니다. 치료 사실은 21일 구단 발표 때까지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전혀 몰랐습니다.(처음 통증을 느꼈던 19일부터 계산하면 이틀 동안 부상을 모른 채 훈련을 지켜본 셈입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의학적인 기록을 최고의 프라이버시로 여기기 때문에 구단과 선수의 동의 없이 부상 사실이 함부로 밖으로 새나가지도 않습니다. 선수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가족과 친척, 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큰 부상도 아닌데 공연한 걱정을 끼칠 것까지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아픈 선수 붙들고 못할 짓 할 때도 많습니다. 이건 멍청함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언제 복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언제 감기가 다 나을지 묻는 것과 같은 셈이죠. 선수 본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그것을 몰라 더 답답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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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볼을 마친 뒤 류현진이 스탠 콘티 트레이너(사진 가운데)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릭 허니컷 코치가 보러 오기도 전에 캐치 볼을 마쳤습니다. 두 번째 불안감을 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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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스프링캠프 초반 등근육이 뻐근한 증세로 엠아르아이 검진을 받으려 조퇴한 적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3시간을 기다려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그럼 부상이라고 쓰면 오보네”라고 하자 “안 쓰면 더 좋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3일에 클럽하우스가 문을 닫은 뒤에도 출구를 지키던 기자들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 뒤 “인터뷰하지 말라고 해서…”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뒤 떠났습니다. 그때까지 구단은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엘에이로 떠났다는 사실은 3시간쯤 더 지나 시범경기가 끝난 뒤 알려졌습니다.
선수가 아프면 기자는 멍청이도 되고 아픈 사람 붙들고 인정머리 없는 질문도 해대야 합니다. 23일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기원합니다. 제발 아프지 말라고.
글렌데일/박승현 자유기고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년째를 맞이한 류현진의 활약상을 박승현 야구 전문기자가 현지에서 전해드립니다. 야구 취재 경력 15년의 박 기자는 미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류현진뿐 아니라 ‘새내기’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베테랑’ 추신수의 생생한 소식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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