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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20 15:35 수정 : 2015.04.20 17:35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 뒤에 서 있는 통역 김태형씨가 스피드건으로 구속을 재고 있다. 현재 류현진은 트레이너들이 정해준 속도 이상으로 볼을 던지지 않는다. 스피드건은 자신도 모르게 너무 빠른 볼을 던지지 않도록 하는데 사용되는 셈이다.

박승현의 MLB 리포트
최근 말수 늘고 표정 밝아져
캐치볼 3일 연속 70개씩 던져

엘에이(LA) 다저스 류현진이 티브이(TV) 화면에서 사라져 아쉬워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가장 궁금해 하시는 점은 ‘언제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게 되느냐’일 것도 같습니다.

류현진이 어깨통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4월설, 5월설을 거쳐 6월에야 복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20일(한국시각)에는 급기야 <엘에이타임스> 기자가 “올스타브레이크 이전에는 복귀하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 역시 언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 팬 앞에 다시 설지 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최근까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복귀 시점은 트레이너들의 판단이 결정적이고, 구단은 류현진의 복귀를 무작정 서두르지는 않는 것 같다’ 정도가 고작입니다. 류현진이 단순히 아프지 않다는 것뿐 아니라, 어깨통증이 재발하지 않을 수준으로까지 재활시킨 다음에나 복귀시킬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류현진 자신의 어깨 상태입니다.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경기에 나서도 다시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나 자신감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는 없을 테니까요. 이 점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류현진과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기자들에게 클럽하우스가 개방되는 시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시간이 아니고 그냥 선수들과 보도진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틈을 보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류현진에게 첫 ‘변화’가 감지 된 것은 지난 9일이었습니다. 전날 16일 만에 처음으로 볼을 던지고 난 뒤여서 어깨 상태가 염려되던 상황이었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 룸에서 클럽하우스 라커로 들어오는 류현진은 땀에 젖어 있었습니다. “실내에서 달리기를 많이 했나 보다”라는 질문에 “(웨이트트레이닝도) 정말 많이 시킨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투에서 전과 다른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부상이 재발한 후 무겁던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훈련은 힘들지만 무엇인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것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첫 피칭 후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미국에서 메이저 미디어라고 할 <폭스스포츠> 기자가 류현진의 캐치볼 모습을 보고 ‘캐치볼 거리가 아직 90피트(약 27m)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보도를 한 다음 날인 15일에는 “나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적어 놓은 문장으로 보면 큰 일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내용을 따져보면 ‘트레이너가 일정을 짜주고 그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향후 일정을 알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재활 프로그램은 아무 문제없이 소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대략 이 즈음부터 류현진의 말수가 늘었습니다. 한국야구 이야기, 메이저리그에 있는 다른 선수들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어느 새 웃고 있는 류현진을 보게 되곤 합니다. 20일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류현진은 “그 전에 복귀할 것”이라고 대답한 뒤 웃었습니다. 류현진은 8일 첫 캐치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어깨가 다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도 더 믿음직스러운 것은 한결 밝아진 표정입니다. 조심스럽던 태도가 아니라 이제는 ‘괜찮은 것 같다’는 자신감이 묻어 나옵니다.

20일까지 류현진은 3일 연속 캐치볼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매일 70개 씩 던졌습니다. 적지 않은 양이어서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캐치볼인데요 뭐.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까지 류현진은 회복이 된 것입니다.

류현진이 다시 실전 마운드에 서기까지는 롱토스-그라운드 피칭-불펜 피칭-시뮬레이티드 게임을 문제 없이 거쳐야 합니다. 혹 전에 없던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 일정이 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일정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류현진의 밝은 모습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추신:한국에 계신 팬을 대신해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리본을 달고 덕아웃에 섰던 류현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미리 떠들 것도 없이 류현진은 묵묵히 자신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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