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21 13:53
수정 : 2015.05.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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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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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의 MLB 리포트
“당신들은 아직도 류현진이 올 시즌 안에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지난 18일(한국시각)이었습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돈 매팅리 감독과 인터뷰를 마친 다음 기자실로 올라오던 도중에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데이비드 베세 기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팅리 감독에게 류현진과 관련한 새로운 소식이 없나 물었던 것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류현진이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복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술로 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생각해 봐라.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당시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너는 이제 류현진에게 남은 것은 수술 날짜를 확정하는 것 뿐 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냐?” 답은 쉽게 나왔습니다. “당연하지.”
베세 기자와 대화를 나누기 한 시간 전쯤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역의 유력지인 <엘에이 타임스> 빌 샤이킨 기자가 류현진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시즌 아웃이라고 생각하는가”, “구단으로부터 수술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는가”라는 물음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들은 적이 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자라면 이 장면에서 당연히 류현진의 대답을 기사로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베세 기자의 말처럼 기사를 썼다가는 독자들로부터 ‘X레기’ 소리를 듣기 딱 좋으니까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너는 베세를 믿냐 아니면 류현진을 믿냐”라고 물었다면 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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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세 번째 불펜 피칭을 마친 뒤 필드에서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던 류현진의 모습. 이후 상황을 보면 어깨통증에서 회복이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기인지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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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과정을 돌이켜 볼 때 흔쾌히 류현진을 믿는다고 답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류현진은 세 번째 불펜 피칭을 마친 뒤 이틀 동안 공 던지기를 계속했지만 가라앉지 않는 통증으로 공을 손에서 놓았습니다. 수술을 결정하도록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때가 시범경기에서 어깨 통증이 생긴 후 두 번째 ‘재활 중 통증 재발’이었습니다. 앞서 애리조나에서 소염 주사를 맞은 후 볼을 던졌다가 바로 중단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이었으면 몰라도 두 번이라는 것은 쉬면서 근력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는 신호입니다. 거기다 매팅리 감독은 16일부터 류현진의 피칭 재개시기와 관련해서 “의문을 갖고 있는 단계(QUESTING MARK PHASE)”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언론이 ‘외교관 감독’이라고 칭할 정도로 모호하고 여지를 남겨 두는 표현이 많은 매팅리 감독이고 보면 가능한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거기에 류현진은 14일 이후에는 한 번도 필드에서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 필드에서 달리던 류현진이었습니다.
결국 베세 기자의 말을 들은 뒤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국내에서 류현진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구단의 공식 발표까지 함구해야 하는 류현진이 거짓말을 하는 동안 ‘지인’이 사실을 대중매체에 알려준 셈입니다. 한국에서 보도는 곧바로 미국에 전해졌고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 중 이른바 전국기자로 불리는 기자들이 일제히 다저스 구단에 있는 ‘소식통’과 접촉했습니다. 그 중 <시비에스>(CBS)의 존 헤이먼 기자가 결과적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수술 계획을 알아냈고 다저스를 직접 취재하는 기자 중에는 <이에스피엔 엘에이>(ESPN LA)의 마크 색슨 기자가 역시 구단에 좋은 ‘소식통’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그만큼 류현진의 수술은 메이저리그 전체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은 22일 엘에이에서 팀 주치의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관절경 수술을 받습니다. 얼핏 대수술은 아닌 것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만 큰 모험이기도 합니다. 수술 하기 전 정확하게 어느 부위가 문제인지 알지 못한 채 시작하는 수술이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말해서 ‘일단 열어보고’라는 상황이니 류현진이 느낄 심리적 압박감이 염려되기도 합니다. 수술로 쉽게 치유가 가능한 부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팅리 감독은 21일 “올시즌 복귀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우선으로 보입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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