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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의 MLB 리포트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을야구가 한창입니다. 누군가는 또 영웅이 되고 역적이 되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엘에이(LA) 다저스 내야수 체이스 어틀리입니다. 어틀리는 지난 1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2루로 슬라이딩을 하던 중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던 메츠 유격수 루벤 테하다의 오른쪽 종아리뼈를 부러뜨렸습니다. 테하다의 골절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커졌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이튿날 어틀리가 야구 규칙을 위반했다며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어틀리가 재심의를 요구해 이를 위해 20일 청문 절차가 시작됩니다. 당시 슬라이딩에 대해 새삼 논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충격적인 일이 수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포스트시즌에서 발생한 뒤 메이저리그 관련 당사자들이 일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미디어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조 토리 메이저리그 부사장을 기자회견장에 세웠습니다. 당시 판정이 정당했는지 여부부터 따지기 시작해 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까지 캐물었습니다. “애리조나 가을리그부터 선수들이 2루 베이스를 향해서만 슬라이딩하도록 했다. 결과를 지켜본 뒤 규칙 개정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답변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시비에스 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가 “메이저리그가 선수 보호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틀리에 대해 출장정지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칼럼을 쓰는 등 주요 매체들은 어틀리의 슬라이딩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와 칼럼을 쏟아냈습니다. 비판적 기사·칼럼 쏟아졌지만MLB, 대책마련 의사 밝히며 진화
양팀 감독도 말 아끼며 경기 집중 ‘팬에 부정적 이미지’ 위기 의식속
가해선수 무작정 비난하지 않고
규칙개정 등 대안 찾는 모습 역력 다저스, 컵스 감독들의 태도 역시 주목할 만했습니다. 피해자인 테리 콜린스 메츠 감독은 슬라이딩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지나간 일”이라고 입을 닫았습니다. 3차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야구에, 경기에 집중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 역시 최대한 말을 아꼈습니다. 슬라이딩의 정당성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고 “어틀리가 부상을 입히려고 슬라이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만 언급했습니다. 매팅리 감독은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어틀리를 출장시키지 않았습니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된 어틀리는 정식으로 사과문을 내고 현재 미디어와의 접촉을 사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메이저리그의 제재조처에 대해서는 재심의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자료 준비가 필요하다”며 재심의 일정을 늦춰줄 것도 요구했습니다. 이런 어틀리의 행위에 대해 미디어나 메이저리그 감독, 선수 누구도 ‘뻔뻔하다’고 비난을 가하지 않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14일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또한 2루에서 선수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포스트시즌 도중 아주 민감할 수 있는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관련자들의 태도와 평상시 마련해 놓은 절차가 어떻게 감정 낭비를 줄이고 자기들이 살아가는 무대를 보호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 눈앞의 승리(감정적인 것이든 경기든)보다는 이런 일로 인해 팬들이 야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메이저리그’라고 하는 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대안을 마련해 가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틀리의 동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징계 결정이 나온 후 모두 말을 아끼고 있던 가운데 클레이턴 커쇼가 다저스 선수들의 속마음을 표시했습니다. “규칙을 바꿔라. 아니면 어틀리를 그냥 놔둬라. 메이저리그의 징계는 어틀리에 대한 집단 괴롭힘 같은 짓이다. 지금까지 누가 이런 일로 징계를 받았나.”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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