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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4 18:48 수정 : 2015.11.04 21:01

박승현의 MLB 리포트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구단의 단장이 미국 명문대학의 상징인 아이비리그 출신이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을 졸업했다고 합니다. 최근 단장직을 맡은 면면만 봐도 밀워키 브루어스 데이비드 스턴스는 하버드,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크 헤이즌은 프린스턴, 필라델피아 필리스 맷 클렌택은 다트머스대학 출신입니다.

이런 추세는 메이저리그가 점점 데이터 분석을 중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머니볼>의 빌리 빈이 파르한 자이디와 함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성공 신화를 쓴 뒤, 이제 세이버메트릭스에 의한 데이터 분석은 선수단을 구성하고 경기 전술을 지배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네드 요스트 감독이 3일(현지시각) 2015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지역 팬들 앞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캔자스시티/AP 연합뉴
지난 2일 끝난 월드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985년 이후 30년 만에 패권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월드시리즈 7차전 패배의 아쉬움도 털었습니다. 선수단에 지급하는 연봉이 1억2500만달러로 전체 17위에 머물고 있는 구단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고 우승까지 차지한 데에는 데이턴 무어라는 인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어는 캔자스시티의 단장입니다. 고교 시절 유격수로 뛰었던 무어 단장은 졸업 후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했고, 이후 조지메이슨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졸업 뒤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다 모교 야구팀에서 보조 코치로 일했습니다. 그동안 대학원 과정도 마쳤습니다. 무어는 1994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지역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2002년 선수육성 담당 이사, 2005년에는 부단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단장이 된 것은 2006년 캔자스시티로 오면서부터입니다. 40살 때의 일입니다.

캔자스시티로 온 무어 단장은 자신의 장기인 스카우트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살바도르 페레스를 비롯해 켈빈 에레라, 요르다노 벤투라 등을 중남미 국가에서 발굴했습니다. 마이크 무스타커스(2007년), 에릭 호스머(2008년), 대니 더피(2007년) 등은 신인 지명을 통해 데려온 선수들입니다. 2010년 시즌 도중 애틀랜타에서 코치-프런트로 인연이 있던 네드 요스트 감독이 캔자스시티로 왔습니다.

이때부터는 트레이드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잭 그레인키(현재 엘에이 다저스 소속)를 밀워키 브루어스에 내주고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였던 로렌조 케인과 알시데스 에스코바르를 데려온 것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지난 7월에는 벤 조브리스트를 영입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는 자유계약선수(FA) 켄드리스 모랄레스와 2년 1700만달러의 금액에 계약했습니다. 에프에이 계약의 백미는 포스트시즌에서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며 활약한 크리스 영입니다. 3월까지 팀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영에게 67만5000달러를 지급하고 정규시즌에서 11승6패를 거두게 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요스트 감독과 무어 단장의 관계입니다. 요스트 감독은 그레인키가 트레이드될 당시 “에스코바르와 케인이 카드에 포함돼 있으면 무조건 합의해도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그 둘을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영과 계약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영이 미계약 상태다”는 말을 들은 요스트 감독은 ‘선발 투수는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는 보비 콕스 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계약에 동의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무어 단장의 개인 이력이나 단장-감독과의 관계에서 캔자스시티는 최근의 추세와는 다르다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무어 단장 역시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을 운영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선수를 보기 위해 직접 스카우트나 전력분석팀이 현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요스트 감독 역시 “나는 데이터 분석을 보기는 하지만 무시할 때도 많다”고 합니다.

데이터 분석에 의한 야구는 이제 메이저리그의 대세입니다. 이에 능통한 수재들이 단장이 돼 선수단을 구성하고 감독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감독 경험이 없는 이들의 계약이 늘어난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어 단장과 요스트 감독의 성공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야구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니까요.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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