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5 18:59
수정 : 2015.11.25 18:59
박승현의 MLB 리포트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피츠버그의 강정호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고,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대략 12개 구단의 경합 끝에 1285만달러의 높은 응찰금액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와 협상에 나서게 된 다음이어서 손아섭 영입에 나선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결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박병호의 경우 엄청난 홈런으로 인해 시즌 중에도 심심치 않게 관심을 보이는 현지 매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아섭에 대해서는 포스팅에 나서기 전까지는 이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볼티모어 지역매체인 <볼티모어 선>이 보도했지만 구단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고 출루율 높은 1번 타자감이 필요한 볼티모어 사정상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예상에 가까웠습니다.
이후에도 포스팅 사실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어느 구단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박병호가 포스팅에 임했을 때는 <시비에스>(CBS) 존 헤이먼, <야후 스포츠>제프 파산 등이 나서 일일이 전 구단을 확인하면서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위 전국구 기자로 불리는 이들 중 누구도 손아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강정호의 성공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국내 프로야구 타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한적입니다. 박병호와 같이 ‘리그를 뛰어넘는’ 기록을 보이기 전에는 관심을 갖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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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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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이 좋은 타율과 출루율을 갖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 관점에서는 ‘한국에서 좋은 것’입니다. 현역 통산 타율 1위이고 지난 시즌 타율/출루율/장타율=.317/.406/.472를 기록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국내 프로야구를 타자에 극히 친화적인 리그라고 평가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어느 구단이든 포스팅 금액에다 다년 계약을 안겨주기 위해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손아섭이 우익수라는 점도 크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번 오프시즌에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우익수로 분류가 가능한 선수가 모두 23명입니다. 최대어 중 한 명인 제이슨 헤이워드도 있습니다. 손아섭처럼 20대인 선수는 도미닉 브라운(28), 로비 그로스먼(26), 헤라르도 파라(29), 트래비스 스나이더(28) 등으로 많지는 않지만 외야수는 30대 초반까지 나이가 큰 문제는 아닙니다. 쓸만한 선수를 구단이 유리한 금액에 계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중견수라면 몰라도 코너 외야수는 수비 능력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아 기존 보유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아섭은 아오키 노리치카(일본)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볼티모어 선>의 보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매체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아오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우익수로 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어땠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오키는 일본에서 중견수였습니다. 발도 빨라서 41도루를 기록한 시즌도 있습니다. 데뷔 2년차이던 2005년 센트럴리그 신기록이자 스즈키 이치로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202개 안타도 기록했습니다.
물론 손아섭이 포스팅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기량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기에 모자란 것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의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많은 돈을 들이기에는 대체재가 너무 많습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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