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6 13:24
수정 : 2015.12.06 18:52
박승현의 MLB리포트
지난 5일(한국시각)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황재균(사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응찰이 마감됐습니다. 마감시한을 훨씬 앞두고 <시비에스 스포츠>(CBS SPORTS)의 존 헤이먼 칼럼니스트는 “(자신이 취재한) 두 명의 단장은 황재균이 선발로 뛸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가 언급한 두 명의 단장은 아마도 3루수가 필요한 구단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3루수는 수요, 공급 양쪽에서 핫 포지션이 아닙니다.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 3루수는 12명. 이 중 데이비드 프리즈, 후안 우리베, 윌 미들브룩스 등이 그나마 주목받는 선수들입니다. 3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은 엘에이(LA) 에인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밀워키 브루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정도로 보입니다.
이 중 당장 3루수가 필요한 팀은 에인절스였습니다. 에인절스는 우선 안드렐톤 시몬스, 클리프 페닝턴을 영입해 중앙 내야진을 튼튼하게 만든 뒤 3루수는 애초 계약을 포기했던 프리즈와 재계약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프리즈는 지난 시즌 에인절스에서 121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0.257, 14홈런, 56타점 53득점을 올렸습니다. 애틀랜타는 5일 에프에이 고든 베컴과 1년 125만달러에 계약했습니다. 내부 대안이 있는 밀워키나 지난 시즌 붙박이 주전 3루수가 없어 고전했던 화이트삭스 역시 끝내 황재균 포스팅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에프에이가 된 3루수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소속 구단으로부터 1580만달러에 달하는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만큼 3루수를 낮은 연봉으로 붙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프리즈의 경우 올해 연봉이 642만5000달러였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받아내는 계약 규모, 포스팅에 임한 한국 구단과 선수들의 기대 수준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박병호가 한국에 남아 있을 경우보다 못한 대우로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지만 구단으로서는 포스팅 비용을 포함해 2485만달러짜리 계약이었습니다. 황재균의 주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면 포스팅 금액과 다년 계약까지 1000만달러 안팎을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미국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제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이대호, 오승환과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현수의 계약 여부가 주목 됩니다. 이들은 자유계약선수이기 때문에 포스팅 금액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에서도 여유가 있습니다. 계약 기간 2년 정도에 적정수준의 연봉이라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적정수준’이라는 것은 너무 낮은 금액도 곤란하다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구단이 충분한 기회를 줄 만큼은 받아내야 어이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004년 시즌을 마치고 당시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5억엔)선수였던 나카무라 노리히로는 포스팅을 거쳐 10분의 1에 불과한 단돈 50만달러를 받고 엘에이(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7경기만 뛰고 1년 만에 일본으로 복귀했습니다. 도전정신은 높이 살 만했지만 헐값에 계약한 것이 메이저리그 출장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원인이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우리 선수들도 참고해야 할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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