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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2 15:22 수정 : 2016.07.12 15:2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연합뉴스

메이저리그가 12일(한국시각)부터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활약했던 올 시즌 전반기 어느 선수가 가장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출장, 팀 내 위상, 현지 언론의 관심, 기대치 대비 결과 등에서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이에스피엔(ESPN)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구’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어느 투수의 어느 구종이 최고인지를 가리는 내용인데 매해 게재되지요.

올 시즌 전반기에는 김현수의 동료이기도 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무리 투수 잭 브리튼이 던지는 싱커가 최고의 구종으로 평가됐습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전체 8위에 올랐습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9%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4%의 땅볼유도 비율을 보였습니다. 던진 숫자에서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엘에이(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같은 범주에서 각각 27%, 54%를 기록했습니다. 커쇼의 슬라이더는 선발 투수 중 4위로 평가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주름 잡았던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똑같이 통했음을 알 수 있던 대목이었습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이렇게 최고의 구종으로 손꼽힐 수 있는 이유는 슬라이더 못지 않은 위력의 패스트볼(속구) 때문입니다.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속은 마무리 투수치고는 빠른 편이 아닙니다. 올 시즌 평균구속 92.2(148.4㎞)마일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홈플레이트를 지날 때까지 살아오는 데다 스트라이크 존 안팎 어느 지점이든지 들어와 타자들의 시선을 흔들거나 어떨 때는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기도 합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이렇게 좋으니 슬라이더 역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오승환은 4월을 지나면서 점점 후반에 등판하는 경기가 늘어났습니다. 성공은 이때부터라고 봐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하면서 ‘오승환이 과연 마무리 투수까지 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임무변경과 관계없이 이미 인정을 받았다고 봐야지요. 세인트루이스는 마이크 메시니 감독은 물론 존 모젤리악 단장까지 ‘가장 어려운 고비에 최고의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것이 경기에 이기는 길’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맡는 것과 상관없이 결정적인 상황에 등판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이미 능력을 인정 받았던 셈입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별명도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처음 자주 소개됐던 별명은 ‘끝판대장’(FINAL BOSS)이었습니다. 영어로도 금방 뜻이 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 자주 인용되었던 별명은 ‘돌부처’(STONE BUDDA)입니다. 삼진을 잡고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나 실점을 할 때나 조금도 변함이 없던 오승환의 표정을 자주 접하게 된 현지 미디어들도 이 점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오승환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변한 것도 물론 있습니다. 하나는 좌타자를 상대 할 때 볼 수 있는 투심 패스트볼입니다. “볼에 변화를 많이 주기 위해 그립을 조금씩 바꿔 던지고 있다”는 본인의 말처럼 이 구종은 구속을 보완해 줍니다. 또 하나는 체인지업입니다. 오승환은 올 시즌 8.4%의 체인지업을 던졌습니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 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익숙해지면 던지는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승환은 34살의 나이에도 팀 동료들과 스스럼 없이 지냅니다. 한국 기자들이 현지를 방문하면 일일이 선수들과 사진 촬영도 해줍니다. 이미 일본이라는 바뀐 환경에 적응해 냈던 경험을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대로 살렸고 이 점 역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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