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3.25 20:26 수정 : 2015.04.14 11:53

<트루 블루>. 사진 정준화 제공

[매거진 esc] 정준화의 다시보기

데뷔 이래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돈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스타다. 물론 전성기에 비해서는 인기 차트에서의 파괴력이 다소 수그러든 게 사실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그의 새 음반을 궁금해하며,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서기라도 하면 시청률은 당연하다는 듯 최고치를 경신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라이선스 발매된 <레벨 하트>(Rebel Heart)는 이 걸출한 뮤지션의 통산 열세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얼굴에 검은 끈을 휘감은 마돈나의 클로즈업이 담긴 재킷 이미지도 화제가 됐는데, 바로 스타 사진가 듀오인 머트 얼래스와 마커스 피곳의 작업이다. 전작 <엠디엔에이>(MDNA) 때도 함께 작업을 했을 만큼 이들에 대한 마돈나의 신뢰는 전폭적이다. 팝 음악계를 발아래서 굴리는 여왕답게 그는 최고의 사진가들에게만 셔터를 누르도록 허락해왔다. 스티븐 마이젤, 스티븐 클라인, 마리오 테스티노 등 마돈나의 앨범 커버를 담당했던 이름들을 나열하다 보면 레드카펫을 하나 더 깔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하나의 이미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내 답은 1986년 작인 <트루 블루>(True Blue·사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머리를 뒤로 젖힌 마돈나의 옆모습은 고고하면서도 유혹적이다. 이미 팝 음악계의 중요한 역사가 된 이 초상은 당대의 인기 사진가였던 허브 리츠의 작업이다. 정식 교육 한번 받은 적 없는 아마추어였던 그는 친구인 배우 리처드 기어를 촬영하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피사체를 조각상처럼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할리우드와 패션계를 점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각색한 그리스 신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리얼리티 쇼도 에스엔에스(SNS)도 없었던, 그래서 스타가 말 그대로 별처럼 닿기 힘든 존재였던 시절에 허브 리츠는 일종의 성화들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비평적 성과까지 안겨줬던 <트루 블루>는 마돈나의 초기 경력에서 나름의 전환점이 된 앨범이다. 강렬한 커버아트는 뮤지션의 음악적 성숙을 자신만만하게 알리는 듯하다.

정준화 피처 에디터
이 재킷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될 이름이 또 하나 있다. 워너 브러더스의 아트 디자이너였던 제리 하이든이다. 리츠의 대다수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진의 원본은 흑백이었다. 앨범의 제목에 맞춰 푸른색 위주의 컬러를 더한 건 하이든의 아이디어였다. 디자이너는 정면 얼굴 이상으로 강렬한 옆모습을 커버감으로 골랐는데, 이제 와서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하긴 하다. 역시 허브 리츠가 사진을 담당한 올리비아 뉴턴존의 1981년 작 <피지컬>을 보면 재킷 속 가수의 포즈가 <트루 블루>와 빼다 박은 것처럼 흡사하다. 작업 당시에는 5년 전의 히트작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 걸까?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하이든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트루 블루>의 커버아트는 <피지컬>과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유명한 이미지가 됐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팝아트풍의 채색이나 효과적인 사진 선정보다 더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앨범 제목도, 가수의 이름도 얹지 않은 채 오직 이미지만으로 승부한 대담함이다. 판매를 고려해 상단에 해당 정보를 기재한 유럽 발매반과 비교하면 오리지널 앨범의 후련하게 담백한 아름다움이 더욱 와 닿을 것이다. 때로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일 수도 있다.

정준화 피처 에디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정준화의 다시보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