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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책읽기 70년] ⑧ 산업화 시대 저항의 독서
출판문화협회의 독서경향 조사(<매일경제> 1979. 1. 10)에 따르면, 당시 연령, 지역, 성별에 관계없이 많이 읽힌 국내서적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더불어 법정 스님의 <서있는 사람들>(1978)이었다. 조금 앞서 법정 스님의 대표 수필집 <무소유>(1976)도 출간되었다. 이 에세이들은 스님의 유언으로 절판될 때까지 꾸준히 재간행되며 사랑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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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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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살 것 가르친 수신서
핵심 몰랐던 그분도 각별한 애정
생명 짓밟으며 ‘4대강 살리기’라고 그런 점에서 스님을 요즘 넘쳐나는 이른바 ‘힐링’ 전도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는 생명을 존중하고 힘없는 자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며 살 것을 온몸으로 가르쳤다. 예컨대, 그는 서슬퍼런 박정희 유신정권에 대항한 ‘헌법 개정 백만인 청원 운동’의 발기인 30명 중 하나였다.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는 훌륭한 수필이지만, 집착의 원인인 난초 화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마지막 장면은 왠지 번민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했었다. 하나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스님으로서는 난초들을 죽일 수도 없는 일 아니었겠는가. 괜한 트집이 이제는 송구스러울 뿐이다. <무소유>에서 스님이 말하는 핵심이 아니라 엉뚱한 것을 배우는 사람이 드물진 않은가 보다. 이를테면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후에 “고인의 저서(무소유)를 아끼고 해외 순방 때도 끼고 다녔다”고 각별한 애정을 밝힌 분도 그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분은 정작 이 책을 발행한 출판사 이름인 ‘조화로운 삶’을 작품명이라 우겼다. 그분은 멀쩡한 강을 파헤쳐 뭇생명을 유린하는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 명명하고, 핵에너지 개발을 ‘녹색성장’이라 이름짓는 기발한 반어를 선보였는데, 어쩌면 법정 스님의 에세이에서 ‘무소유’와 생명 존중이 아니라 반어법의 형식만을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물을 마시고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우유를 만든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가 하는 독서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일까? 정종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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