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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5 22:51 수정 : 2015.10.16 14:19

박경리 소설 <토지>를 원작 삼은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토지>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광복 70년 책읽기 70년] ⑫ 80년대 후반 : 개인과 집단주의의 갈등

심야의 TV문학관·베스트극장
‘토지’, ‘역사는 흐른다’ 등 안방점령
36%가 TV에서 소설을 접하고
그중 28%가 원작을 찾아 읽어

80년대 티브이(TV)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방송 프로그램은 독서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본질적으로 티브이는 출판 시장과 독서계를 위축시켰지만 거꾸로 책읽기를 독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테면 1984년도 1월1일 뉴욕과 파리를 연결한 백남준의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생중계가 남긴 강한 인상은 곧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렸다.

80년대 들어서 티브이와 문학작품은 직접적으로 만난다. 예술성 높은 문학작품을 드라마로 각색 제작하여, 드라마는 질적 수준을 높이고 문학작품은 대중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문학과 미디어가 상호 보완을 이루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방송>(KBS)의 ‘TV문학관’과 <문화방송>(MBC)의 ‘베스트(셀러)극장’ 등의 단막극이다. ‘TV문학관’은 1980년 12월18일 장미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김동리의 <을화>를 제1회로 방영한 이래 1987년 10월3일까지 총 277편이 방송되었다. ‘TV문학관’은 이후 ‘드라마 초대석’, ‘TV문예극장’, ‘신TV문학관’, ‘HDTV문학관’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2000년대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문학과 티브이의 만남은 ‘대하드라마’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부터 1994년까지 방영된 케이비에스 대하드라마 시리즈 15편 중에서 10편이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유주현의 <파천무>, 이태원의 <개국>, 김교식의 <새벽>, 선우휘의 <노다지>, 윌리엄 아서 노블의 <이화>, 박경리의 <토지>, 한무숙의 <역사는 흐른다> 등이 당시 ‘대하드라마’로 각색된 원작소설들이다. 티브이는 좋은 각색과 훌륭한 연출을 통한 양질의 드라마를 통해서 시청자의 독서열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문학사상>(1984년 2월호)이 시청자 2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6%가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티브이를 시청했으며, 그중 28%가 ‘원작을 찾아 읽었다’고 답했다. 이들이 원작을 찾아 읽게 된 동기는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는가 궁금해서(48%), 티브이극만으로는 감동이 미흡해서(27%),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25%)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티브이가 일상생활에서 독서를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철에서 종이신문과 독서 풍경을 지워버린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에 비한다면 반(反)독서의 주범이라는 평판은 억울할 듯하다.

정종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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