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책읽기 70년]
IMF 시대의 책읽기 풍경
아이엠에프(IMF)는 책읽기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손님만 북적, 책만 보고 가지요’(<경향신문> 1998년 1월23일치)라는 기사는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직후의 서점 풍경을 다음처럼 전한다. 평상시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은 30% 이상 늘었지만 서점의 매출액은 급감했다. 대학생들은 인문사회과학 코너에서 책을 베끼고, 학습참고서 코너에서는 중학생들이 연습장에 수학문제를 푼 뒤 답을 맞춘다. 늘어난 여가에 비례해 급증하던 여행, 레저 분야 책들이 자취를 감추고 외국어 교재와 값싼 문고본조차 고전하는 상황에서 아이엠에프 관련 경제·경영서만 20여종 출판되어 인기를 끌었다. 한마디로 아이엠에프 시대는 서점과 출판가에도 환란이었다.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등지친 마음 위로하는 이야기 읽혀 로열티 내는 외국작품 출간 급감
국내작품 대거 베스트셀러 진입도 뜻하지 않게 아이엠에프 덕을 본 경우도 있다. 1998년 4월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집계 종합순위를 보면, 20위권 안에 한국 소설이 절반 이상 진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이 외국 소설과 다른 장르를 제치고 이렇게 대거 베스트셀러로 진입한 것은 90년대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외국 작가의 책 출간이 급감하고, 출판사들도 국내 작가 작품 출간에 기획과 홍보의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인 은희경 외 <아내의 상자>, 김진명의 <하늘이여 땅이여>, 김주영의 <홍어>, 양귀자의 <모순> 등이 98년도에 많이 읽힌 한국 소설들이다.
|
법정 스님
|
|
류시화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