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서울과 경기에서 촬영된다는 사실은 이제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다. 처음 이 소식이 들려왔을 때 특히 광적인 팬들이 많은 시리즈답게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총리가 나서서 무슨 올림픽이라도 개최하는 양 한국을 알릴 기회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또 어디서 구한 계산기로 셈 했는지 몇천억원의 홍보 효과가 있고 몇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오른다는 이야기들이 뉴스를 타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이벤트에 높으신 분들이 끼어들면 기분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통 통제나 국내 제작비용의 일부를 현금 지원한다는 이야기에 반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왜 우리 세금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비를 대느냐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깔려 있다.
외국 영상물을 한국에서 촬영하는 경우 제작비 일부를 환급하는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제도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아 시행하는 이 제도는 타이, 일본, 홍콩 등 할리우드가 아닌 다른 나라 영화를 국내에서 촬영하는 경우에도 이미 적용돼 왔다. 그리고 무조건 몇 퍼센트의 제작비를 돌려주는 게 아니다. ‘한국 내에서 매출을 발생시킨’ 것에 대해서만 정산한다. 국내에서 사용한 숙박, 식대, 유류 교통비, 한국 스태프와 한국 연기자를 고용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것은 국외 프로덕션의 한국 유치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내 매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다.
이것은 지역 로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영상위원회 시스템’의 확장판이다. 이것은 한국이나 미국처럼 자국 영화가 많이 생산되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품앗이’처럼 이용되고 있다. 영화사들이 국외 촬영을 꺼리는 이유는 비용의 부담 때문인데, 이런 시스템을 통해 서로 다양한 로케이션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말하자면 우리 영화가 오클라호마에 가서 촬영을 해도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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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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