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2009년 7월7일 미국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의 추모 공연이 펼쳐졌다. 스티비 원더, 라이어넬 리치, 어셔 등의 스타들이 마이클 잭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등장했지만 그 거대한 존재감을 대신할 순 없었다. 이 역사적인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할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절정에 달한 순간, 잭슨의 히트곡이자 전세계를 위로했던 아름다운 노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의 전주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주디스 힐이라는 생소한 여성 보컬리스트였다.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이길래 이 엄청난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무대를 응시하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과 감동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무명 여성 싱어의 목소리는 마이클 잭슨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인물은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등장한 것이었을까. 그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옆, 마이클 잭슨의 ‘백업 싱어’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5월15일 개봉하는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스티비 원더,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팅, 데이비드 보위, 롤링 스톤스 등 전설적인 스타들의 ‘백업 싱어’로 활동했던 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러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백업 싱어들은 언제나 스타들과 함께 등장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위치한 적은 없다.
이 영화에서 그들은 언제나 스타들의 이름에 가려 있던 자신들의 이름을 찾고, 또 스타들의 사진에서 포커스 밖에 있던 자신들의 얼굴을 찾는다. 백업 싱어라는 존재가 영미권 팝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가창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선명한 사운드와 유려한 편집으로 제공된다. ‘팝 스타라는 휘황하게 밝은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부분에 위치하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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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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