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인터스텔라’의 압도적인 흥행 속에서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영화 두 편이 있다. 바로 <카트>와 <거인>이다. 두 편의 영화는 일반적인 예산의 상업영화, 초저예산의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매우 다르지만 몇가지 공통점들도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현실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는 부분이다. <카트>는 널리 알려진대로 몇 년 전 있었던 대형 마트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희생됐던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단순히 소재 뿐만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여사님’이라는 호칭으로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디테일한 상황을 사실에 기초해 묘사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현실적 요소는 극중의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삶이 현실 그 자체라는 점이다. 마트의 간부들은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여자들”로 그들을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마트는 “생존을 위한 노동을 하는” 장소다. 주인공의 아들 태영(도경수)이 일하는 편의점 사장은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 가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으로 그를 취급하지만 엄연히 아르바이트생은 노동법으로 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다.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들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또 어떻게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지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거인>은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의 자녀들이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명히 부모가 존재하지만 부모가 그들을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맡겨진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든 그룹홈의 부모가 헌신적이며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읽은 오래된 사례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만난다. 그것도 장르적으로 ‘악역’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유, “맨날 사고나 치는 아이들을 키우느니 내 자식 낳아 키우는 게 낫다”는 당연하고도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캐릭터들이다. 가장 중요한 현실은 ‘유기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청소년들의 삶이다. 당장 생존을 위해 거짓말하고 물건도 훔치며 어떻게든 ‘정상적인 사회’에 편입하고 싶어하는 고교생의 희망은 불온하지만 실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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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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