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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샌 안드레아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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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샌 안드레아스>의 포털 사이트 네티즌 평가란이 ‘박평식’이라는 이름으로 도배가 됐다. “박평식이 추천하지 않는 영화라서 만족스럽다”는 식의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 “웃음을 참을 수 없으니”라는 혹평을 내렸다. 박평식은 <씨네21>의 20자평 작성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영상물등급위원회 예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인물이다. 영화 저널의 독자가 아니라면 낯선 인물일 수도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유명 포털 사이트의 영화 섹션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매우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첫째 그가 주는 평점이 매우 짜고, 둘째 그의 혹평이 매우 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시리즈의 수치”는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에 준 20자평이다. “노익장이거나 주책바가지거나”는 노장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재기작 <레드>에 대한 평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에는 “폐업해야 할 이유”라고 일갈했고, 에로영화 <나가요 미스콜>에는 딱 세 글자. “나가라”라는 평가와 함께 최저 점수인 별 반 개를 던졌다. 박평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에 혹평을 내려 해당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비난받기 때문이다. 네티즌 평가 평균 9점이 넘는 <리얼 스틸>에 “각본이 고철보다 더 녹슬었으니”라는 문장과 함께 별 두 개를 줘 온갖 욕을 들은 바 있다. 박평식이 놀라운 건 많은 평론가들이나 기자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만든다는 이유로 암묵적인 보너스 점수를 주는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도 매서운 칼날을 휘두른다는 점이다. 2010년작 독립영화 <나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에 별 하나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는 평을 썼다. 한마디로 귀천을 따지지 않고 똑같은 잣대로 혹평을 휘두르는 평론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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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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