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2.16 18:57 수정 : 2016.02.16 18:57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이 큰 화제였지만 극장가엔 또 다른 독점이 눈에 띈다. 바로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영화 해설회다. 영화를 보고 평론가의 해설을 듣는, 주로 지브이(GV)라고 하는 이 행사는 보통 영화의 홍보를 위한 무료 시사회로 열린다. 그러나 이 평론가의 경우 개인적인 인기와 함께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료 프로그램으로 이뤄지고 있다.

‘검사외전’ 독점 문제의 쟁점은 대기업 계열의 스크린 체인이 다른 영화 상영을 취소해 가면서 관객들의 볼 거리를 제한했다는 데 있다. 공교롭게도 이 평론가의 해설회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곳 역시 대기업 계열의 스크린 체인이다. 대기업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은 단순히 흥행작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예술 영화’나 클래식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흥행이 보장되는’ 이 평론가가 거의 모든 행사를 진행한다. 개인적인 팬덤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그가 진행하는 영화 해설회는 단시간에 매진되는 게 보통이다.

최근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해설회에 대해 몇가지 잡음이 있었다. 물론 본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캐롤>해설회에서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다”는 대목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그리고 <영웅본색>해설회는 그보다 더 이 영화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평론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맡겨졌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마디로 감기에 걸린 사람을 성형외과 의사에게 데려간 모양새라는 이야기다.

영화 비평가들에겐 일종의 ‘전문분야’가 있다. ‘홍콩 영화’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문가는 <씨네21>편집장인 주성철이다. 오랫동안 홍콩 영화에 대한 애정을 쏟아왔고 홍콩 영화 촬영 현장 여행기를 책으로 써내기도 했다. <월간 스크린>편집장이었던 김형석 역시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아무래도 <영웅본색>같은 영화의 해설이라면 그들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요즘의 배급사들은 팟캐스트나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나오는 것에 집중한다.

조원희 영화감독
이동진의 평론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만으로 매진을 시키는 흥행 파워를 지녔으니 어쩔 수 없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만 거의 모든 재상영 클래식 영화나 아트하우스 필름의 해설이 맡겨지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평론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권리는 없는가? 관객이 원하니까, 이미 이름 석자가 브랜드가 된 평론가가 있으니까 그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잘 팔릴 것 같은 작품에만 전회차를 열어두는 상영관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좀더 세심히 말하면 평론이 추천사로 변해가는 오늘의 상황은 평론 독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선 유료화도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천만 영화’로 상징되는 대중 영화나 ‘10만 관객’으로도 대단한 화제가 되는 예술 영화의 시장 양쪽 모두 단조로운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