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3 20:43
수정 : 2018.05.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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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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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칼럼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10월 한 달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우리나라도 경제난국으로 치닫고 있다. 펀드 한 계좌, 주식 한 주, 땅 한 뼘도 없는 대한민국의 서민들까지 그 여파로 숨이 막히게 되었다. 어떤 명의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가 거대한 거품 속에 올라타고 있고 그 거품이 어디서 푹 꺼져서 어떤 나라가, 어떤 곳이 곤두박질을 칠지 알 수 없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끝이 언제인지, 바닥이 어디인지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경제학자들도 몇 십년이 지나야 지금 이 시절, 이 사태의 전모가 보일 것이라고 한다.
운명론적으로 나는 올 것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선택한 문명과 제도가, 무한정으로 써버리는 자원, 무한정으로 부를 확장해 나가면서 무한질주한 인간의 욕망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머니 게임이 전세계 경제의 주역이 된 지 오래고,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국경 없는 돈이 세계시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서부터 경제학자들은 이런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예측보다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고 더욱 전세계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청계산 등반을 했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졌다. 곧 춥고 어둡고 긴 겨울이 올 거라는 불안한 예감, 그것은 10년 전의 아이엠에프 때보다 더 혹독한 것이 될 거라는 불길함이 일행들 머리 위를 감돌고 있었다. 조용히 근심 어린 어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수북이 쌓인 낙엽을 지팡이로 툭툭 치면서 “나무들은 추운 겨울이 오면 나뭇잎을 다 떨어뜨려 놓고 조용히 몸을 움츠리고 봄이 오길 기다리지요. 지금은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려야 합니다” 했다. 결국 쓰러질 것은 쓰러져야만 거기에서 새잎도 나지만, 지금 세계경제는 다 맞물려 있어서 이쪽이 무너지면 저쪽도 무너지게 되어 있는 도미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각국이 나서서 어느 쪽도 무너지지 않게 거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또 그리고 전 인류가 2008년 10월을 보내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나 부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부를 아무리 확장해 나가도 그것이 분배의 증대와 연결되지 않으면 사회는 불안해질 뿐 아니라, 부의 확대가 인류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한 금융위기고 경제위기에 지나지 않지만,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쪽으로 경제를 운용하지 않는 한 경제위기 이상의, 최악의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세계 최강 최대의 환상을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텔레비전에선 2050년이면 우리나라가 세계 2대 경제대국이 된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가 순위가 올라갈 기회라고 했다. 강만수 경제부총리는 어제 경제난국 대처방안을 발표하면서, 지금이 국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유례없는 시기이며 이때를 국운 융성의 계기로 삼자는 발언을 했다.
집은 안 팔리고 대출금은 갚을 길이 없고 연금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날지가 당장 급한 국민들에게, 지금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맞았다는 것은 현실을 호도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아직도 세계 최강이니 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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