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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26 19:34 수정 : 2015.05.26 10:46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아무도 생각 못한 일을 해내곤 하지.” -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중에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사진)은 앨런 튜링이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아본 그의 실제 삶에 비하면, 굉장한 애정과 존경의 시선으로 영화를 찍긴 했으나 재미와 메시지는 알차게 담겨있다.

앨런 튜링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였다.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화려한 커리어는 여럿 있으나 다음 한 줄로 대신할 수 있겠다.

그는 컴퓨터의 전신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적군인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작전에 참여했는데, 이때 그가 만든 암호해독기 시스템이 바로 현대 컴퓨터 과학의 시초가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위대한 업적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숨겨졌다.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성장기 내내 괴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학창시절에는 너저분한 외모에 말을 더듬고 모국어인 영어를 몹시 싫어했다고 한다. 평생을 맞춤법과 글쓰기로 고생했고 왼쪽이 어디인지 확인하려고 왼손 엄지에 빨간색 점을 칠해두기도 했다니 이상한 사람 치고도 아주 이상한 사람이었던 셈이다.

그가 남들과 달랐던 또 하나의 지점은 성적 취향이었다. 그는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동성애자였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차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 튜링 역시 야만적인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동성애 사실이 알려진 후 그는 고소당했고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았다. 당시 맡고 있던 영국 컴퓨터연구소에서도 쫓겨났다.

1년 동안 여성호르몬을 강제복용하는 동안 그는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리고 42살의 나이에 살아온 방식만큼이나 특이한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과에 독약을 주사한 뒤 독사과를 먹고 죽은 것이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그였지만 백설공주처럼 다시 깨어나지는 못했다.

이토록 몹시도 특이한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아무도 생각 못한 일을 해내곤 하지.”

우리나라는 영재교육, 특목고 등 제도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육성하려고 한다. 무덤 속의 튜링이 비웃을 일이다.

현실을 보라. 국가주도의 영재교육, 특목고 등은 안전하게 의대를 가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영재반에 들기 위해, 특목고를 가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을 돌리고 과외를 붙인다. 우리나라 교육부에 계신 분들은 정말 이렇게 해서 영재를 천재로 키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천재라는 존재, 그리고 그들이 맺는 과실을 원한다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억압을 풀어야할 것이다. 만약 튜링이 살던 1950년대 영국에서 동성애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암호해독기로 종전을 앞당기는 데 공헌한 것처럼, 컴퓨터의 탄생을 예비했듯이 인류에게 또 다른 선물을 주지 않았을까?

우리 정부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고 싶어 안달인 모양인데 수학-과학 영재반, 특목고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모험을 응원하는 사회에서만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아무도 생각 못한 일들을 할 수 있다.

힘내라. 괴짜들이여.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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