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22 10:18
수정 : 2015.05.26 15:05
[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
조건에 맞지않으면 ‘0점’ 받아
교사는 채점기준 객관화 필요
24. 문제를 파악하는 힘 (하)
25. 채점 기준 (서술형)
26. 논술형은 3년 이상의 프로젝트다
서술형 문제가 많아지면서 현장의 교사들이 가장 골치아파하는 문제가 바로 채점 기준이다. 서술형 평가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문항의 질문이 분명하고 구조화돼 있어야 하는데 일선 학교들에서 시행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측면도 크다. 그러다보니 시험이 끝나면 채점 결과를 두고 학부모와 학생, 교사 사이에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일부 교사들은 채점 논란을 줄이려 편법을 동원한다. 최고점과 최저점은 피하고, 두루뭉술하게 중간 점수를 주는 경우가 그것이다. 5점 만점이라면 2~3점에 70% 이상의 학생을 배치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변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의력을 계발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겠다는 서술형 평가의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채점 기준의 과학화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만한 과제다.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과 학생을 보살펴야 하는 학부모들로서는 실질적인 시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술형 문제가 제시하는 기준을 제대로 알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이 제시한 서술형 평가의 채점 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문제의 조건에 제시하지 않은 요소는 채점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문제의 조건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 때는 그 부분은 채점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거꾸로 기본적인 조건에 포함되는 것은 철저히 지켜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완결된 문장으로 서술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어구나 단어만을 나열하면 0점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기억할 일이다. ‘2개 이상의 문장으로 서술하라’고 했다면 아무리 충실한 내용으로 썼더라도 한 문장이면 0점으로 처리되는 식이다. ‘제시문에서 쓰인 단어를 반드시 포함하라’고 했으면 그 조건을 맞춰야 한다.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사들은 조건을 과학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교과서에 나오는 특정한 단어나 표현만을 정답으로 인정하겠다고 고집하게 되면 논란을 피하기 힘들게 된다. 영어 과목의 경우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와 똑같은 뜻의 다른 단어를 썼다고 오답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생겨나고 있다. 그런 식의 조건 제시는 서술형 평가의 근본 취지를 교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소치다. 교육 목표에 해당하는 본질적인 내용을 묻는 대신 지엽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험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어 과목의 경우라면 어법이나 표현, 맞춤법을 강조할 수 있지만, 다른 과목에서는 교과 내용 핵심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술형 평가의 질적 도약을 위해 교사의 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두루뭉술하게 중간 점수를 주는 경우는 배제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선입관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답안지가 어떤 학생의 것인지를 알게 되면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소 인상이나 관점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평소 학습 태도와 행동이 좋은 학생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는 반면 평소 좋지 못한 행동을 보인 학생에게는 박한 점수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을 유지하려면 답안지에서 학생의 이름과 번호를 가리고 묶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학급 번호도 무작위로 섞어서 철하는 것이 좋다. 채점 이후 완벽한 처리도 중요하다. 채점이 끝난 뒤에는 점수 표기가 정확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실제로 채점과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므로 점수 표기가 정확한지 점검하고 확인·서명한 뒤 해당 답안지는 성적 산출의 증빙자료로 학생이 학교를 졸업한 후 1년 이상 학교에 보관해야 한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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