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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30 20:31 수정 : 2015.05.28 14:43

한승동의 독서무한

블로우백
찰머스 존슨 지음, 이원태·김상우 옮김/삼인 펴냄(2003)

“아마도 21세기 세계 정치는 주로 20세기 후반의 역풍(블로우백), 다시 말해 냉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탈냉전하의 세계에서도 냉전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중대한 정책 결정으로부터 야기되는 역풍에 의해 추동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제정세 분석 자문관을 지낸, 자칭 “냉전의 전사”였던 찰머스 존슨(1931~2010) 전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블로우백-미 제국이 치른 비용과 그 귀결>에서 한 얘기다. 말년에 ‘미 제국주의 비판의 기수’가 된 그의 예견은 바로 그 다음해 9·11사태로 예언자적 지위를 획득했다.

<제국의 슬픔-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2004), <네메시스-공화국 미국 최후의 날들>(2006)과 더불어 ‘역풍 3부작’으로 불리는 존슨의 책들은 하나같이 ‘군사기지제국 미국’이 자행한 제국주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그걸 그만두는 게 미국이 살길임을 역설한다. 책 제목의 블로우백이나 네메시스는 보복, 복수, 천벌의 의미다.

지난 28일 미·일 정상들이 “아시아의 기존 질서를 변경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일본 자위대의 작전영역을 사실상 무제한 확대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과 미국이 조선과 필리핀을 나눠 가질 때 그들의 주적은 러시아였다. 러일전쟁 때 영국은 영-일 동맹으로, 미국은 전비 조달로 일본을 밀었다. 그해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한 일본은 사실상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5년 뒤 일제가 한반도를 병탄했을 때도 미·영은 그 후원자들이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일본의 조선병탄이 정당하다고 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일본 패전 뒤 조선을 독립시킬 의사가 없었다. 결국 미국은 전범국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 한반도를 분할해 소련과 나눠 지배했다. 그 결과 일어난 비참한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때 미국은 초안에 있던 한국을 전승국 명단에서 빼버렸고, 일본이 돌려줘야 할 땅으로 애초에 명기했던 독도도 빼버렸다.

역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부터 미국은 한-일 국교정상화를 압박했고,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부가 1965년 그 요구를 수용했다. 미국은 도쿄 전범재판과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의 조선 등에 대한 범죄행위 처벌과 배상을 완전히 누락했으며, 그 구멍을 한일협정 때 일본의 유무상 차관 5억달러로 땜질했다. 일본은 1910년 ‘한일합방’ 조약을 비롯한 모든 과거 조약들이 합법적이었으며, 다만 1965년 협정체결 이후 무효라는 입장을 관철시켰다. 지금 미국은 과거는 잊고 미래로 가자며 또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러시아의 남하를 구실로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했던 전범자들의 후예 일본 주류 보수우익들이 소련이 사라진 지금 다시 중국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미국은 그런 일본과 함께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만들고 있다. 한반도가 또 저들의 주전장이 돼간다.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존슨이 21세기를 요동치게 할 것이라 경고한 미국의 신냉전전략과 그 역풍 속에, 분단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마저 미국에 내주고 북의 굶주리는 2300만 동족을 적으로 돌린 채 속수무책으로 미-일 동맹에 민족의 운명을 통째로 내맡기려 하고 있다.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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