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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24 20:44 수정 : 2015.09.24 20:44

한승동의 독서무한

작전통제권 바로 알기
평화통일연구소 쓰고 펴냄(201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8월24일)에서 (안보법안 통과 시) 법률상 집단 자위권 발동 대상에 한국도 포함된다며, 그럼에도 “무력행사 ‘신 3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한국에 자위대를 파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신 3요건’에 해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파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신 3요건이란, 첫째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가 뿌리째 뽑히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둘째 이를 배제할 적당한 다른 수단이 없고, 셋째 필요 최소한의 실력행사에 그칠 경우다.

120년 전 메이지 시절 일본 정한(征韓)론자들은 허약한 조선을 그대로 둘 경우 러시아 등 다른 대국에 점령당한 한반도가 일본을 겨눈 비수가 될 것이라며, 일본의 안보를 위해 조선을 먼저 치자고 주장했다. 신 3요건이 이와 얼마나 다를까.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 요시다 쇼인은 <유수록>에 이런 얘기를 남겼다.

“일본이 구미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지금 급히 군비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에조땅(홋카이도)을 개척하고, 오호츠크, 캄차카를 빼앗아야 하며, 류큐(오키나와)를 바쿠후(막부)에 종속시키고, 조선을 공략해서 예전처럼 일본에 복종시켜야 한다. 나아가 북으로 만주에서 남으로 대만, 루손(필리핀)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장악하고 오스트레일리아도 식민지로 삼아야 한다.”

일본 근대는 실제로 요시다의 뜻대로 펼쳐졌다. 그의 문하인 다카스기 신사쿠, 이토 히로부미, 기도 다카요시,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노우에 가오루 등이 조선과 아시아 침략·식민지배 선봉이 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과 동향인 이들 정한론자들의 직계 후예임을 자처한다. 이름 ‘신조’(晋三)의 신도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의 신에서 따왔다고 할 정도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카이>(세계) 9월호에서 특유의 역사관·세계관을 펼치면서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는 120년 전의 제국주의 시대 때와 흡사하다고 했다. 1895년 동학혁명 진압을 구실로 청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광란의 아시아 침략을 시작했다.

지금 일본이 그때처럼 한반도를 침략·식민지배할 의도와 능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지금도 한국(한반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일본의 안보법제, 개헌을 압박하면서 한일 군사협력과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이제 미군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요구(지시)할 경우 한국이 거부할 수 있을까? 외교부·국방부는 한국(정부,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정말 그럴까? 시민단체 평화통일연구소가 배포한 <작전통제권 바로 알기>라는 소책자를 보면 그게 아니다. 사실상 그 결정권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군에 있다. 소책자는 한미일 삼각동맹체제가 완성될 경우 일본 하위체계로 들어갈 한국 군대가 “미국의 위임이나 권유”에 따라 “자위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이런 의문이 들 때다. 이젠 한국이 동의만 하면 자위대가 들어온다는 얘긴데, 미군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결정을 내릴 때 과연 한국 지배세력이 거기에 반대할까? 오히려 환영하지나 않을까? 1세기 전 일부 왕족과 기득권 세력, 친일파들이 그랬듯이.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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