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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4 20:25 수정 : 2016.01.14 20:25

한승동의 독서무한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차경숙 옮김/파라북스(2015)

팍스 브리태니카(패권국 영국) 시절의 골수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1853~1902).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0%를 장악하고 남아프리카 정치·경제를 독점한 뒤 오늘날의 남아공을 중심으로 짐바브웨·잠비아(로디지아=로즈의 집)까지 포괄하는 남아프리카연방 건설을 꿈꾸었던 그의 ‘영광’이 마침내 그의 조국에서도 저물기 시작한 모양이다. 지난달 옥스포드대가 학생들의 요구로 그의 기념명패를 떼어내고 동상도 철거하기로 했단다. 아프리카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옥스포드대 로즈 동상 철거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이 대학에 유학 중인 남아공 출신 학생 은토코소 콰베. 아프리카를 무자비하게 수탈한 세실 로즈의 막대한 기부금으로 만든 ‘로즈 장학금’ 덕에 옥스포드에 유학 중인 그를 위선자라며 돈을 토해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 콰베는 말했다. “나는 로즈 장학금의 수혜자가 아니다. 로즈가 약탈한 자원과 노예로 만든 내 동포들 피와 땀의 수혜자일 뿐.”

2014년에 타계한 일본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의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팍스 브리태니카는 해군력을 기반으로 한 해적적인 자본주의가 세계를 제패한 시대였다. (…) 세계 도처에서 팍스 브리태니카에 의한 인간의 파괴, 사회의 파괴, 문화의 파괴, 역사의 파괴가 일어났다. 그 피해는 비참했다. 나는 인도에 자주 가는데, 그 피해가 아직도 짙게 남아 있다. 인도의 자연을 파괴하고 역사를 파괴하고 문화와 인간마저 파괴했다.” 

1960년대 중반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한 칼리지에 1년 정도 교수(펠로)로 가 있던 우자와는 고민하다 케임브리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칼리지의 자유롭고 활달하며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떠받치는 것이 윤택한 배당금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대부분 영국 식민지 로디지아에 대한 투자에서 나온 것이었다. “영국의 식민지배는 (…) 두드러지게 잔학하고 처참한 피해를 남긴 것이어서, 인간을 철저하게 착취하고 자연을 마구 파괴했다. 그 착취와 파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자와의 조국 일본은 달랐던가. ‘좋은 식민지배’라는 형용모순을 입에 올리는 자들의 의식은 유치하고 치졸하다.

2014년 1월 아베 신조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며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한 중국에 항의했다. 세실 로즈와 이토 히로부미야말로 테러리스트 아닌가. 일본 정부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비난하는 것은 독일 정부가 드골을 테러리스트라 비난하는 격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에 저항한 안중근을 오히려 테러리스트로 모는 것, 이것이 아베 정권의 뒤집힌 세계관의 실체다. 화해가 불가능한 건 ‘일본’이 아니라 그런 뒤집힌 사고를 지닌 자들이다.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해주고 그런 자들로부터 10억엔(약 100억원)을 받는 대신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기를. 2014년 세계 무기수입 1위국이 한국이었고, 그 액수가 무려 78억 달러(약 9조 1300억원)였단다. 한심하다. 고성능 미제 무기 하나만 덜 사도 10억엔의 10배는 나올 텐데.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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