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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05 20:23 수정 : 2016.05.06 10:05

한승동의 독서무한

“통일이 됐을 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올바른 통일이 되어야지,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한 말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 같다.

국문학자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사 교과서 논란 넘어서기>(지식산업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립 관계를 가지는 다양한 사고를 하면서 정치적인 제약이 없이 자유롭게 학문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이고 가치다.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받고 상극이 상생임을 체득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유민주주의 학문과 교육을 유보하려는 것은 자해 행위에 가까운 오판이다. 교과서를 단일화해서 반론을 막고 국론을 통일하려고 하는 시책은 실패를 가져오는 전체주의적 발상임을 과거의 역사가 거듭 입증한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하자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대통령의 자가당착적인 발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 글을 조 교수가 쓴 것은, 이 책이 나온 지난해 10월 이전이다. 국정교과서로의 퇴행 논란이 한창 가열돼 있을 때 서둘러 내놓은 듯한 이 책 제1부 ‘당면 과제 해결 방안’의 이런 주장은,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대통령과 집권당이 교과서 국정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에 더 어울리는 비판이 돼버린 듯하다.

대통령은 “여태까지 (검정)교과서가 이념편향성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이걸 계속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되느냐”고 했지만, 대통령의 그런 사고야말로 더 위험한 편향임을 조 교수는 마치 앞날을 내다본 듯 지적하고 있다.

이어지는 조 교수의 탄식은 절절하다.

“그 단계(국정교과서 시절)를 힘들게 노력해서 넘어섰는데 이제 와서 되돌아가려고 하니 3만 불이 된 국민소득을 5천 불로 되돌리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다음 얘기도 하나 빼놓을 게 없다.

“현행 교과서에 우려할 만한 편향성이 있다고 해도 검인정 제도를 유지하면서 또 시정하면 된다.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비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관점이 아니다. 북한이 토지개혁이나 일제 잔재 청산 등 몇가지에서(민족 고전 번역과 현대화도 포함 가능하다) 일단 앞서, 대한민국이 분발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포용성을 입증하는 균형잡힌 서술이다. 통일을 바람직하게 이룩하려면 생각을 넓히고 북한의 기여를 수용해야 한다.”

그다음 얘기가 또 날카롭다.

“현 정권은 이해하기 어려운 패배주의에 사로잡히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극우파로 기울어지면서 전체주의의 망령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린다.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재집권을 포기한다는 선언임을 알아차리고, 정권을 인수해야 하는 쪽(야당)에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러면서 야당에 조언한다. “균형잡힌 고견은 들어보지 않고 국사 교육을 정치인의 수준에서 판단하고 관료기구에 맡겨 실무를 담당하게 하는 집권당의 과오를 야당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조 교수는 차마 그런 얘기는 못했겠지만, 대통령이 검인정교과서를 북의 적화전략 선전물이나 되는 듯 매도하면서 국정화를 고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뉴라이트 교과서를 통해서도 입증됐듯, 결국 박정희(대통령 부친이지만, 이미 역사적 인물이다)도 깊숙이 얽혀 있는 ‘친일’과 ‘독재’ 문제 때문이 아닐까.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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