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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8 19:17 수정 : 2016.07.29 19:09

한승동의 독서무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제)의 원조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개발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이다. 당시 군비경쟁에 광분하던 미국과 소련은 핵 장착 공격용 대륙간 탄도탄과 함께 이 탄도탄들을 비행 도중에 쏘아 파괴하는 요격미사일도 개발했다.

적대국 간에 상대방의 공격용 탄도탄 효력을 떨어뜨리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이 ‘무기를 파괴하는 무기’는, 그러나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만일 한쪽이 발사한 핵무기 장착 탄도탄들이 상대를 절멸시키거나 반격 능력을 완전히 파괴해버릴 정도의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면 싸움은 쉽게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일격을 당한 상대방이 반격을 가해 꼭 같은, 또는 그 이상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어느 쪽도 자신의 절멸로 이어질지도 모를 선제공격에 섣불리 나설 수 없게 된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제는 상대방이 보유한 공격용 핵미사일의 유효성을 손상시킴으로써 상호확증파괴 이론 위에 구축된 공포의 균형을 깨뜨린다. 결국 흔히 ‘방어용’이라고 강변하는 요격미사일 개발은 공격용 미사일 개발과 효용 면에서 전혀 다를 게 없다. 한쪽이 요격미사일을 개발하면 다른 쪽은 더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하거나 같거나 더 좋은 성능의 요격미사일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은 다시 상대를 한층 더 고도로 무장시키게 하는 끝없는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사드도 마찬가지. 일단 배치되면 상대는 그것을 무화하거나 능가하는 위력의 무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내몰리게 된다. 사드 표적이 북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이 실제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극도로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우리에게 치명적인 연쇄반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상호절멸의 악순환 공포에 시달리던 미-소 양쪽이 요격미사일 체제 개발과 배치를 서로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한 게 1972년 체결된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협정이다.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 정권은 전략방위구상(SDI), 이른바 ‘별들의 전쟁’을 추진할 때 협정 위반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탄도탄을 요격하는 것이 협정이 규정한 미사일이 아니라 레이저 빔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그것을 피해갔다. 소련 붕괴 뒤 미국은 이런 꼼수마저 벗어던지고 2002년에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해 사실상 파기해버렸다. 바로 조지 부시 정권 때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사드는 그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한때 미 중앙정보국(CIA) 협력자로 ‘냉전의 전사’였다가 미국을 ‘군사기지제국’이라 비판하며 반체제로 돌아서 기지제국 해체를 촉구한 차머스 존슨은 유작 <제국 해체>에서 아프간·이라크 침공까지 감행한 부시를 “미숙하고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도요다 유키코 <교도통신> 싱가포르 지국장의 <공범의 동맹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 요시다 시게루 등 전후 일본을 관통하는 친미 보수정치 계보 형성에 미 중앙정보국 자금이 중대한 기여를 한 사실을 공개된 미국 외교문서 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드의 계보·내력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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