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27 19:27 수정 : 2016.10.27 20:04

한승동의 독서무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창비)를 둘러싼 이른바 ‘송민순 논란’. 집권당이 ‘내통’이라 주장하는 부분이 진행된 시기는 2007년 11월이다. 그달 15일 안보정책 조정회의 때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찬성, 기권 여부를 놓고 송 장관과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송 장관은 찬성하자고 했고, 이 장관 등은 결의안이 북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실제 북한 인권 개선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데 겨우 물꼬를 튼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며 기권하자고 했다. 송 장관은 2006년 10월 북 핵실험 뒤의 대북 결의안에 찬성했을 때처럼 찬성과 기권 의견을 병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을 받자고 했다. 문재인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에게 그런 부담을 주느냐며 다수 의견대로 기권으로 합의해서 건의하자 했다고 한다.

그때 서울에선 남북 총리회담이 열리고 있었다. 그 전달 4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10·4선언)이 열려 철도·도로 연결과 서해특별지대 설치 등의 방안들이 논의되고, 남북간 총리·장관급 회담들도 줄지어 진행되던 때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 11월16일엔 노 대통령이 김영일 북 총리 등 남북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그날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은 양쪽 의견을 듣고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라며 다시 논의해보라고 했다.

책엔, 이틀 뒤 연 회의에서 송 장관이 계속 찬성 주장을 하자 국정원장 제안에 따라 문 실장이 남북 경로로 북 의향을 확인해보자고 결론 내린 걸로 돼 있다.

당시 상황에서 외교부 쪽과 통일부·국정원 쪽이 공방을 벌인 건 이상할 게 없다.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결의안 강도를 완화해서라도 찬성하는 게 남북관계 진전에도 유리하다는 송 장관의 주장은 외교장관으로서 당연했다. 당시 정상회담 직후의 남북관계 진전 속에서 기권을 주장한 통일부 의견도 당연했다. 남북접촉이 잦았던 상황에서 비공식 통로로 북 의향을 짚어보자는 것 역시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10년이 지난 그 일을 ‘적과의 내통’이라며 국면 무마용 색깔 공세로 활용하려던 집권당 수뇌부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아닌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이나 중국과 베트남을 오간 ‘키신저 외교’도 내통이고 이후락·박근혜의 방북, 적십자 회담 등도 내통인가?

한심하기는 야당도 마찬가지. 왜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수세적 자세로 송이 옳으니 문이 옳으니 우왕좌왕 자중지란까지 일으키며 집권당 꼼수에 놀아날까. 막장극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퇴행과 무능,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집권 공학에만 집착하는 여당 색깔공세를 왜 정면으로 공박하지 못할까. 일부에선 송 장관을 친미주의자라 매도하며 ‘친미파’ ‘자주파’ 싸움으로 몰아가 초점을 흐렸다. 그리하여 집권당의 문제를 결과적으로 야당의 문제로 바꿔버렸다.

책에서 송 장관은 통일은 흡수통합이 아니라 점진적·평화적 통합 과정을 거쳐야 하며, 외세가 아닌 남북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그 점에선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장관들의 생각과 대차 없다. 디테일의 차이는 당사자들 철학 차이 탓도 있겠지만, 외교와 통일 담당분야 직무상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커 보인다.

군산복합체·네오콘 비판 등 읽을거리 많은 책에서 하필 집권당 색깔공세 재료거리나 들춰내 시대착오적인 ‘종북논쟁’에 불을 붙인 언론의 행태도 한심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승동의 독서무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