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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2 18:38 수정 : 2016.12.22 22:26

한승동의 독서무한

박도(71)의 실록소설 <만주 제일의 항일 파르티잔 허형식 장군>(눈빛)에 인용된 신주백 교수의 <만주지역 한인의 민족운동사> 한 구절.

“1942년 7월16일, 소련은 A야영과 B야영을 합쳐 동북항일교도려(또는 88특별보병여단)를 조직한바, 제1영장에 김일성, 제2영장에 왕효명, 제3영장에 허형식, 제4영장에 시세영을 임명했다.”

박도는 “이로 보아 그 무렵 소련 쪽에서는 허형식과 김일성 두 인물을 대등하게 평가하고 있었다”고 썼다. 그리고 덧붙인다. “또 다른 역사학자(강만길)는 만일 그때 허형식 장군이 북만주에서 희생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북녘 아니면 남녘에서 정권을 잡았거나 통일정부를 세웠을 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허형식은 동북항일교도려 제3영장에 임명되기 훨씬 전인 1939년 4월, 중국공산당 북만주임시성위 집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군장(총참모장 겸임)에 선출돼 북만주 항일무장투쟁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육사의 시 <광야>의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는 구절 속 백마 탄 초인이 바로 이육사 자신이 직접 두어 차례 만났던 허형식 장군이었다고 박도는 썼다. 허형식은 이육사의 외당숙으로, 육사의 어머니 허길의 작은집 사촌동생이었다.

지금 하얼빈 동북열사기념관에는 항일 순국열사 100여명을 봉안하고 있는데, 그들 중 32명이 허형식을 비롯한 조선사람들이라고 한다. 1909년생인 허형식은 구한말의 항일 의병부대 13도 창의군의 진동창의대장으로 서울 진격전을 마지막까지 이끌다 순국한 허위 선생 당질이다. 구미 임은동에 동족부락을 이루고 살던 허위 집안은 그의 사후 1910년대에 만주로 집단이주를 했고 많은 자손들이 대대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회영 일가가 그랬듯이.

일제의 극악한 토벌작전으로 중국공산당과 조선인 항일전사들의 통합 항일무장투쟁조직인 동북항일연군 등 만주의 항일무장세력이 모두 소련 연해주 쪽으로 근거지를 옮긴 뒤에도 마지막까지 북만주를 고수했던 허형식은 소련이 그를 제3영장에 임명한 다음달인 1942년 8월3일 새벽, 현지 부대 지도에 나섰다가 추적해온 토벌대에 맞서 싸우다 청봉령 소릉하 계곡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향년 33.

33년간의 중·고교 교사생활 뒤 강원도 원주에서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박도는 1999년 만주 항일유적지를 답사하다 동북열사기념관에서 처음으로 허형식이란 인물의 존재를 알았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박도 자신의 동향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전율했다.

허형식이 태어난 구미 임은동과 상모동은 “철길 하나 사이”인데, 그 상모동은 박정희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5·16쿠데타 뒤 출세한 박정희를 ‘고장을 빛낸 인물’로 그린 박도의 글을 보고, 아버지는 살아있는 사람 얘기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며 박정희의 전력을 얘기해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는 “멘붕을 일으킬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 그가 들은 박의 전력이란 일제 괴뢰국 만주군 장교가 된 이력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허형식을 ‘비적’이라며 ‘토벌’한 대가로 1계급 특진에 1만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을 받은 만주국 일본경찰 산하 국장유 경좌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방 뒤 친일부역자들은 영달했지만, 항일의 허형식 집안 사람들 일부는 귀국했으나 “많은 후손들은 아직도 풍비박산이 된 집안 탓으로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북한, 미국 등 세계 곳곳을 유랑하고 있다”고 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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