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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3 18:51 수정 : 2017.04.13 19:05

한승동의 독서무한

항모전단까지 투입해 동북아시아를 압박하는 미국의 위세가 대단하다. 북핵문제를 “인류의 문제(humanity problem)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정이 이 위태롭기 짝이 없는 ‘전쟁놀음’을 정당화하는 명분이다. 하필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거를 앞둔 격동기의 한반도 주변에서 사드 논란까지 야기하며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는 미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일까? 예정돼 있던 훈련이라지만, 미중 정상회담 직후에 보란 듯이 전개되는 이런 사태.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얘기들이 오간 걸까. 1894년 동학농민전쟁 등 조선 내부 문제를 구실로 위안스카이의 북양군과 아베 신조의 직계 선조 오시마 요시마사 휘하의 일본제국군이 아산 일대와 그 앞바다에서 충돌한 것(청일전쟁)은 조선 망국의 시작이었다. 그 120년이 지난 뒤에도 분단 남북간 대결을 빌미로 대국들의 군대가 한반도와 그 주변을 휘젓고 다니며 그들끼리 거래하는 걸 속수무책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인류의 문제’라고 하니, 일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의 <기억하겠습니다>(원제 ‘무궁화의 슬픔’)가 또 떠오른다. 식민지·점령지의 어린 여성들을 침략군의 성노예로 강제동원해 마음대로 유린한 일본제국 군대의 만행이야말로 가장 저열하고 악질적인 ‘인류의 문제’ 아닌가. 그것을 부인하고 은폐하면서 피해자들을 보상금 몇 푼 노리는 부도덕한 협잡꾼쯤으로 몰아가는 일본 우익의 파렴치한 적반하장식 태도. 트럼프가 100% 지지한다는 그들과의 동맹 그리고 한미일 삼각공조는 과연 무엇을 위한 걸까?

<기억하겠습니다>의 서평과 지난 1월 자사 호텔 객실에 난징 학살 등을 왜곡하는 극우 선전도서들을 비치한 숙박업 재벌 아파(APA)그룹 주인 모토야 도시오 비판 보도의 일본어판이 인터넷 야후 재팬을 통해 공개됐을 때의 반응들은 실로 흥미로웠다. 수천건의 댓글과 수만건의 ‘좋아요’들이 떴고, 댓글의 거의 100%가 일본 우익이 저지른 야만적인 과거사를 옹호하거나 보도 내용을 근거없다고 비판하거나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거의 욕설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 전부터도 늘 그랬지만, 그 수많은 ‘댓글 부대’들은 과거 일본 우익이 아시아 침략과정에서 저지른 야만적 행위, 곧 ‘인류의 문제’에 대한 비판조차 ‘반일본’ ‘반일 민족주의’ 탓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인류 보편의 반인륜적 범죄와 그것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을 일본과 일본인 일반에 대한 적대행위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편협한 일본 내셔널리즘의 소산이 아닌가. 일본 우익은 그것을 부추김으로써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호도하려 하는가.

이런 일본 우익의 반인류적 행태를 미국은 오래전부터 묵인하거나 조장해왔다.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가 1900년 8월 부통령 후보가 됐을 때 “나는 일본이 한국을 손에 넣는 것을 보고 싶다”(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4> 인용)고 한 이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거쳐 일본 패전 뒤 미군 점령통치 때의 전범자 면죄와 중용 등 지금까지 그 전통은 유구하다.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직후 아베 총리와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일본 100% 지지”를 호언했다.

다시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미일동맹이며, 한미일 삼각공조인가? 북핵·미사일 위협조차 해결보다는 그 동맹·공조 유지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거부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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