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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감세안의 계층별 수혜규모, 올해 주요 복지프로그램별 수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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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정부살림 확대냐 축소냐 ② 증세-감세 논쟁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세금 문제는 승패를 가리는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88년 선거에서 “증세는 없다”고 공약하고도 증세를 한 전력을 문제삼아 거짓말쟁이로 몰아부쳤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 때 발생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고소득층 세율을 올리되 중산층의 세부담은 줄이겠다며 유권자들을 마음을 파고 들어 기선을 제압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선거에서 세금은 매우 민감한 이슈다. 세금을 줄이거나 늘리는 정책은 모든 국민들의 지갑은 물론 복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탓이다. 서복경 국회도서관 정치담당 연구관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재정지출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며, 국방·경제개발·복지 등에 대한 재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당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며 “우리도 이제 논쟁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한나라 주장 감세액 58%, 상위 20%에 돌아가
“세수기반 확대·비효율적 지출 개선등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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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재정 확대냐 축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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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출 확대는 재정이 복지에 많이 쓰일 경우 하위 계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재정이 주로 국방과 경제개발에 많이 쓰여 일반인들이 수혜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으나 앞으로 복지지출을 늘릴 경우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5조3천억원(대상자 181만명), 보육료 4300억원(대상자 61만명), 노인 지원 7600억원(대상자 70만명) 등의 복지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저출산·사회안전망 대책에 모두 30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인식 변화가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 맞는 정책은?=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2년 연속 4조원대의 세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세율이 낮은 편에 속해 감세정책은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있다. 박기백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낸다면 감세정책도 펼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양극화, 고령화 진전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재원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복지뿐만 아니라 교육·연구개발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철 지난 이념논쟁식으로 논쟁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의 재정현실을 직시하고 세수 기반 확대, 비효율적 지출 개선 등 당장 시급한 일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집권초 세제개혁안 번번이 좌초 기득권층 반발·정치권 표계산… “상대를 너무 가볍게 봤다. 합리적인 토론을 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정부가 올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일부 계층의 반발 때문에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로 연기된 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간부가 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조세개혁이 후퇴한 게 이번 뿐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초 집권하자마자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공언했다. 비과세 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고,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을 확대해 세원을 넓히는 내용의 세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보수층을 대변하는 민자당 등의 반대로 대부분의 공언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는 또, 부동산투기를 근절한다며 96년부터 종합토지세 과표를 시가의 80% 안팎을 반영하는 공시지가로 전환한다고 공언했으나 95년 11월 ‘중산층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도 집권 초기인 98년 3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공평과세를 뼈대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마련해 그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부처인 재정경제부의 미온적인 자세와 과세 당사자들의 반발 등으로 개혁안의 핵심 내용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부가가치세 특례 대상자 축소는 아예 실종됐고, 증여세 포괄주의 전환은 정치권 등의 반대를 이유로 유보됐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첫해인 2003년 5월, 2004년 부가가치세법을 고쳐 현재 연간 매출 4800만원으로 돼 있는 간이 과세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중장기과제로 미뤄놓고 있다. 지난 해 3월에는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들어서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집권 초기에 세제개혁안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유야무야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이다. 보수층의 이해를 반영하는 일부 보수언론이 조세저항을 부각시키고,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개혁안에 제동을 거는 양상도 되풀이된다.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그럴 듯한 개혁안을 내놓고 구체적인 실천전략 없이 허둥대는 세정당국의 안일한 자세도 결과적으로 조세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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