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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6 19:22 수정 : 2006.03.02 01:39

한나라당 감세안의 계층별 수혜규모, 올해 주요 복지프로그램별 수혜 대상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정부살림 확대냐 축소냐 ② 증세-감세 논쟁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세금 문제는 승패를 가리는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88년 선거에서 “증세는 없다”고 공약하고도 증세를 한 전력을 문제삼아 거짓말쟁이로 몰아부쳤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 때 발생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고소득층 세율을 올리되 중산층의 세부담은 줄이겠다며 유권자들을 마음을 파고 들어 기선을 제압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선거에서 세금은 매우 민감한 이슈다. 세금을 줄이거나 늘리는 정책은 모든 국민들의 지갑은 물론 복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탓이다. 서복경 국회도서관 정치담당 연구관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재정지출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며, 국방·경제개발·복지 등에 대한 재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당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며 “우리도 이제 논쟁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한나라 주장 감세액 58%, 상위 20%에 돌아가
“세수기반 확대·비효율적 지출 개선등이 더 급해”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재정 확대냐 축소냐
지출 확대와 감세의 경제적 효과=대표적인 재정정책 수단은 재정지출 확대(증세)와 감세정책이다. 학계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의 경우 직접적인 수요 창출로 단기적 경기부양에 효과적인 반면 감세는 근로·투자의욕을 고취시킴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활성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조원의 지출 확대는 0.1%포인트, 1조원의 소득세 인하는 0.08%포인트의 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지출 확대는 국채발행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단점이 있으며, 감세는 세수감소로 재정기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훈 조세연구원 재정연구실장은 “보수파는 가능한 정부가 경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감세를 선호하는 반면 진보파는 복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지출 확대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위해 증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책별 수혜계층은?=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가 되는 것은 정파간 경제철학의 차이뿐만 아니라 지지계층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은 그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많이 돌아가는 반면, 지출 확대는 저소득층에게 많이 돌아간다.

정부 분석을 보면, 한나라당의 감세안(11조9천억원)은 감세액의 58%인 6조9천억원이 상위 20%의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반면 하위 40%의 저소득층은 17%(2조원)만 혜택을 본다. 나머지 3조원은 상층과 하층이 같이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이는 직접적인 세금 감면분만 계산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미국의 경우 현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재정 손실분을 나중에 지출을 삭감하거나 다른 세금을 올려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 가구의 4분의 3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립적인 연구단체인 미국 예산정책연구센터(CBPP)는 2004년 보고서에서 “감세정책으로 최상위 1%는 순소득이 1만4793달러 증가했으나 중위 20%와 하위 20%는 각각 228달러, 177달러씩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출 확대는 재정이 복지에 많이 쓰일 경우 하위 계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재정이 주로 국방과 경제개발에 많이 쓰여 일반인들이 수혜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으나 앞으로 복지지출을 늘릴 경우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5조3천억원(대상자 181만명), 보육료 4300억원(대상자 61만명), 노인 지원 7600억원(대상자 70만명) 등의 복지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저출산·사회안전망 대책에 모두 30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인식 변화가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 맞는 정책은?=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2년 연속 4조원대의 세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세율이 낮은 편에 속해 감세정책은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있다. 박기백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낸다면 감세정책도 펼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양극화, 고령화 진전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재원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복지뿐만 아니라 교육·연구개발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철 지난 이념논쟁식으로 논쟁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의 재정현실을 직시하고 세수 기반 확대, 비효율적 지출 개선 등 당장 시급한 일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집권초 세제개혁안 번번이 좌초

기득권층 반발·정치권 표계산…

“상대를 너무 가볍게 봤다. 합리적인 토론을 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정부가 올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일부 계층의 반발 때문에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로 연기된 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간부가 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조세개혁이 후퇴한 게 이번 뿐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초 집권하자마자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공언했다. 비과세 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고,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을 확대해 세원을 넓히는 내용의 세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보수층을 대변하는 민자당 등의 반대로 대부분의 공언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는 또, 부동산투기를 근절한다며 96년부터 종합토지세 과표를 시가의 80% 안팎을 반영하는 공시지가로 전환한다고 공언했으나 95년 11월 ‘중산층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도 집권 초기인 98년 3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공평과세를 뼈대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마련해 그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부처인 재정경제부의 미온적인 자세와 과세 당사자들의 반발 등으로 개혁안의 핵심 내용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부가가치세 특례 대상자 축소는 아예 실종됐고, 증여세 포괄주의 전환은 정치권 등의 반대를 이유로 유보됐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첫해인 2003년 5월, 2004년 부가가치세법을 고쳐 현재 연간 매출 4800만원으로 돼 있는 간이 과세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중장기과제로 미뤄놓고 있다. 지난 해 3월에는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들어서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집권 초기에 세제개혁안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유야무야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이다. 보수층의 이해를 반영하는 일부 보수언론이 조세저항을 부각시키고,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개혁안에 제동을 거는 양상도 되풀이된다.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그럴 듯한 개혁안을 내놓고 구체적인 실천전략 없이 허둥대는 세정당국의 안일한 자세도 결과적으로 조세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레이건 정부 ‘세금 깎아주기’…재정적자 불러 경제 주름살

미국 감세정책 성적표는

폴 새뮤얼슨,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버트 솔로 등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0명을 포함해 미국 경제학자 400명은 2003년 2월 〈뉴욕타임스〉에 이런 요지의 성명서를 광고로 실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은 단기적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악화시키고 소득불평등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감세정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레이건 행정부는 1980년대 초·중반에 ‘공급주의 경제학’에 근거해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무려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대폭 인하했다. 이 조처로 경제는 어느 정도 활성화됐으나, ‘감세→경제성장→세수 증가→건전재정 유지’라는 공급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재정적자는 심화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1980년 0.7%에서 1990년 3.0%로 확대됐다. 세수는 크게 감소한 반면 정부지출 증대는 억제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제학원론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세율을 낮추면 조세수입이 증가한다는 논리는 틀렸다”며 “세금삭감으로 미국 정부는 상당기간 동안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현 부시 행정부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5%까지 내리고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감세조처를 취했다.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소득세율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그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재정적자가 너무 많다는게 일반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재정수지는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인 2001년 0.5% 흑자(GDP 대비)였으나, 2004년 3.1% 적자로 반전됐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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