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보다 건강이 좋아졌나’란 물음에 영국 연금생활자 가운데 소득이 적은 하위계층은 ‘좋지 않다’ 란 답변을 점점 많이 하고 있다. 영국 북부 요크 시내 벤치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연금 생활자 부부의 모습. 김보영 요크 통신원 saekyol@hanmail.net
|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⑦ 블랙리포트의 나라, 영국
1980년 영국에서 발간된 ‘블랙리포트’는 건강불평등 문제를 체계적으로 제기한 이 나라의 첫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사회계층과 지역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통해 건강불평등 문제를 본격 제기해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모았다. 이후 건강불평등 문제는 영·미는 물론 유럽 등에서 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으며, 영국은 1997년 노동당 정권이 집권한 뒤에 구체적인 정부 정책과제로 채택됐다. 특히 영국의 사례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높인 뒤 이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범 정부 차원에서 대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소득 불평등 해소에 초점
취약지역에 다양한 프로그램
모든 부처 유기적 지원활동
|
그러나 보건부 전문가인 레이 어리커 박사는 “건강의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는 일 못지않게, 이를 정책설계로 바꾸는 일이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1997년 영국 정부에서 시작한 ‘건강행동구역(Health Action Zones)’은 대표적인 건강불평등 해소 프로그램이다. 이는 국가보건서비스, 지방공공기관, 민간부문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가장 낙후된 지역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새 접근법이며 보건사업이다. 취약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사업, 도시개발사업 등 종합적인 형태를 띠었다. 1999년 들어 영국 보건부는 ‘건강불평등의 감소-행동강령’을 발표했다. 건강불평등 해소를 국가 건강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근거로 ‘건강한 지역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취약아동을 위한 ‘슈어 스타트’ 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최저임금제도와 세액공제 도입, 급여수준의 증대 등이 목표로 설정됐다.
|
어리커 박사는 “가장 정치적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다양한 정부 기관을 건강불평등 정책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빈곤아동에 대한 지원은 단지 학교 급식의 개선(보건부)에 그치지 않고, 일정한 교육수준에 오르도록 지원하며(교육부), 그 아이의 부모들에게 우선적인 고용 (노동부) 기회를 제공하며, 만약 편부모라면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 이런 모든 일들은 단일 부처가 아닌 범정부적인 지휘 아래 펼쳐진다.” 런던 동북부 보건청의 쉴라 아담스 국장의 말이다. 그는 “이렇듯 모든 부처가 동시에 움직이며, 정부의 여러 곳에서 기금이 지원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영국에서는 뜻 깊은 새 잡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지자체 저널〉(Municipal Journal)이다. 이 잡지는 지방의 기본의료 단위인 국가보건서비스 트러스트의 건강불평등과 관련한 활동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의 유럽연합 의장국 수행기간 동안 영국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건강불평등을 핵심 의제로 삼은 바 있다. 건강불평등 해소는 이렇듯 이젠 영국을 넘어 유럽 차원에서 확고한 사회정책 의제로 진입하고 있다. 어리커 박사는 그 과정을 “큰 변화가 있었으며, 기나긴 싸움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런던대 마못 교수는 “만약 건강불평등 관련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지금 노동당 정부는 복지와 재원의 재분배를 화려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한 최초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고 말했다. 취재/기명(런던대 박사과정), 정리/특별취재팀
“정당·지역 초월해 정책 설계 국민들 사회적 문제로 인식” 영국 보건부 어리커 박사
|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