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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6 20:06 수정 : 2006.01.26 20:06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실상에 맞는 별도의 건강증진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의 보건소에서 이 지역에 사는 노인들이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⑧ 건강 불평등 정책이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성 있는 대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껏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공공의료 강화 등을 통해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2월 말 발표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헬스플랜 2010)’에서 뒤늦게 ‘건강형평성 확보’란 문구를 집어 넣은 점도 그런 근거로 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들이 건강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이뤄져 왔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금까진 건강불평등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즉 계층간 건강수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치와 실질적 대안이 없는 극히 선언적인 수준일 뿐이란 지적이다. 이는 복지부의 주무국장인 이종구 보건정책관 스스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 정책관은 “아직 형평성 척도나, 형평성 달성을 위한 근본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형평성 척도 등 계량지표 개발 시급
종합보고서 등 객관성 바탕한 대책을

총괄목표 설정이 중요=전문가들은 점차 심화하고 있는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한 정책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건강불평등이 정부의 정책의제로 채택되지 못하는 데는 건강 불평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 부족과 이를 파악하려는 정부의 의지부족도 큰 구실을 했다.

이 정책관은 “금연, 절주, 운동, 고혈압 및 당뇨관리 등에서 형평성 달성을 위한 척도 등을 개발할 생각”이라면서도 “사실 (건강불평등이) 어느 정도 심한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영국의 블랙리포트처럼 정부 차원에서 건강형평성을 다룬 종합 보고서 출간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건강형평성학회는 우선 ‘사회경제적인 집단 건강격차 25% 감소’ 등과 같은 계량적인 총괄목표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는 “총괄목표는 사회적으로 건강형평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와 함께 구체적인 지표개발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세부목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회는 세부목표로는 △2010년까지 사망률에서의 불평등 수준을 25% 줄인다 △2010년까지 자살이나 교통사고에서의 사망률 불평등 수준을 10% 줄인다 △젊은 남녀 연령층에서 흡연의 불평등 수준을 50% 줄인다 등을 제시했다.


경제부처 등 범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건강불평등은 소득불평등, 교육수준의 격차, 사회안전망 부재,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심화한다. 그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다각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복지부가 <한겨레>의 ‘건강불평등 사회’시리즈 보도 이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복지부만이 아니라 노동·여성가족부·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티에프 팀을 꾸리겠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강불평등에 중요한 요인인 경제부문을 다룰 부처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는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건강불평등이 소득불평등에 비롯된 것이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처가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는 논지다.

강영호 교수는 “정부가 제반 정책을 펼 때 해당 정책이 건강형평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건강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특별취재팀

네덜란드 1989년부터 건강 불평등 데이터 확보
스웨덴 “빈곤층 4% 미만으로” 등 목표 뚜렷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건강불평등을 누그러뜨릴 다양한 정책을 펴오고 있다. 1998년 들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구는 사회계층 사이의 건강수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2000년에는 정책보고서 ‘건강 21’에서 나라 안은 물론 회원국 간의 건강불평등 감소를 제기하며 ‘2020년까지 모든 회원국들에서 적어도 25% 수준으로 건강불평등을 줄이자’란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계보건기구는 사회경제적 집단 사이의 기대여명(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기대하는 평균 년수)의 격차를 적어도 25% 수준으로 줄일 것, 사회경제적 집단 사이의 상병, 장애, 사망의 주요 지표는 더 평등하게 분포되어야 할 것 등을 제안했다.

네덜란드에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건강불평등 정책이 좌우되지 않고, 전 사회적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989년부터 5년간 정부는 건강불평등의 크기와 결정요인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95년도부터는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등 건강불평등 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했다. 이를 토대로 2001년 ‘네덜란드 건강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프로그램 위원회’는 빈곤가구(빈곤선의 105%) 비율을 1998년 10.6%에서 2020년 8%로 줄일 것, 계층간의 흡연율 차이 및 과체중 비율 25% 감소, 교육수준에 따른 보건의료 이용차이의 해소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스웨덴에서는 건강불평등이 근본적으로 계층간의 소득격차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그 해소를 위해 소득불평등 해소를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그래서 2000년 스웨덴 국가공중보건위원회가 내놓은 건강정책의 첫 목표는 지니계수를 0.25미만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이밖에 빈곤층 비율을 4% 미만으로 줄이고 자살자 수를 2010년까지 25% 줄이는 것도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하루에 한번 운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일 것, 과체중 성인의 비율을 8%에서 5%로 줄일 것 등 구체적인 목표도 함께 제시돼 추진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정부가 앞장서 ‘의료 상품화’ 해서야…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 모든 분야가 서로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가 국민의 공명을 얻지 못하는 데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분투하는 모습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고,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오히려 양극화의 중심에 정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성장 동력론’을 들고 나와 외국의 고급병원을 불러들이고, 영리법인 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시도하며, 그것도 부족하여 의료산업펀드니 병원채권 등으로 보건의료 부문에 투기성 자본을 끌어들이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정책들의 핵심은 의료부문을 ‘상품화’하는 것인데, 이는 의료를 ‘필요’에 따라서가 아니라 ‘구매할 능력’에 따라 제공하는 체계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의료부문의 심각한 양극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

각종 비급여, 선택진료 등으로 인해 신임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스스로도 ‘진료비 할인제도’라고 명명할 만큼 부실한 건강보험과 의료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300만명이 넘는 차상위 계층을 방치한 채 외치는 의료산업 ‘선진화’의 구호는 얼마나 낯 뜨거운가? 더욱이 몇몇 국가보건사업들은 중산층과 잘사는 이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건강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기저기 휘날리는 양극화 해소의 정치적 구호 속에 정작 모든 국민의 건강을 보듬으려는 따뜻한 건강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

특별취재팀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박주희, 김양중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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