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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사랑 영화다. 우디 앨런의 이 영화 속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은 농담 삼아 일종의 육체적 병으로 묘사된다.
미라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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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도훈의 불편(불평)한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선거가 끝났다.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모두에게 다소간은 행복한 결과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몇몇 사람들은 ‘더’ 행복한 결과도 나올 수 있었을 느낌적인 느낌적 가능성이 있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결국 표는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 누구는 ‘민심은 위대하다’고 했는데, 어쨌거나 요는 이거다. 진보는 보수를 없애고 싶다. 보수는 진보를 없애고 싶다. 그러나 거대한 집단지성체로서의 인간은 둘 다 없애는 일이 결코 없다. 보수와 진보는 무슨 병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는 부유한 민주당 지지자 가문이 등장한다. 이 가족은 몇 대에 걸쳐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그런데 그 가문의 큰아들은 유독 혼자서 열렬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반골이다. 그는 아버지와 만날 때마다 정치 문제를 놓고 격하게 논쟁을 벌인다. 아버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리버럴한 가풍을 자랑으로 삼는 가문의 큰아들이 공화당 지지자라니, 그건 대대로 민주당 지지자인 당신 가문의 아들이 새누리당 후보의 캠프에 들어가 빨간 옷을 입고 ‘픽 미’에 맞춰 춤을 추는 것과도 비슷한 일일 것이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사랑 영화다. 우디 앨런은 수많은 캐릭터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이 복잡한 영화의 말미에 모든 갈등을 마법처럼 그냥 해결하고 봉합해버린다. 그렇다면 공화당 지지자 큰아들은? 알고 보니 그에게는 병이 있었다. 머릿속에 종양이 있었다. 수술을 받고 머릿속 종양을 제거하자마자 큰아들은 곧바로 민주당 지지자가 된다. 그러니까 이 우디 앨런의 영화 속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은 일종의 육체적 병이다. 물론 앨런은 여기서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니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야겠다.
다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진보와 보수는 둘 다 일종의 (고칠 수 있는) 병에 가까운 존재인 걸까? 그러니까 강력한 진보주의자인 당신은 수많은 재난과 고난을 겪고도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보수를 지지하는 건지 궁금할 수 있다. 강력한 보수주의자인 당신은 오래된 가치와 질서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왜 진보를 지지하는 건지 궁금할 수 있다. 그걸 더 궁금해하다 보면 우디 앨런의 영화적 유머를 현실적으로 접합시킬 방식이 없는가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정말 수술이나 약으로 고칠 수 없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미국 공화당 의원 56%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보수층 일부는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부른다. 과학적인 증거에 완벽하게 어긋나는 것을 강력하게 믿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건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환경심리학자 로버트 기퍼드는 이것이 ‘뇌의 확증 편향’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찾고, 그 정보에 도전하는 모든 것을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에런 매크라이트 박사에 따르면 종교적 근본주의자나 보수주의자는 기후변화를 부정할 가능성이 더 높다. 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렇다면 과학적 민주적 독재정부가 그들의 뇌를 전기로 지져서 전환시키면 어때?’라고 속으로 몰래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절대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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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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