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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2 19:09 수정 : 2015.08.13 11:14

사진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매거진 esc]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 화제가 된 패션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는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를 이번주부터 격주로 연재합니다.

현대인에게 옷은 캐릭터를 완성하는 수단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제 캐릭터에 부합한 옷을 입었을 때, 우리는 집 밖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 꽃무늬 남방이라면 어떨까? 지드래곤(지디·사진)이 <문화방송>의 ‘무한도전 가요제’에 세번째로 참여했고, 아이돌 스타 광희와 짝을 이룬 것으로도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보다 내 눈에 확 들어온 건 지디가 입고 나온 꽃무늬 남방이었다.

지디로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막강 패션 셀럽이자 ‘센 스타일링’의 최강자로 꼽힌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지디가 왜 옷을 잘 입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혹은 ‘튀는 옷을 요란하게 입는 것뿐이지 않냐’고 내게 물어온다. 그렇지 않다. 지디는 분명히 옷을 잘 입는다. 사실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큰 키에 마른 체형이다. 마를수록 실루엣은 살아나고 클수록 훤칠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지디는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고, 얼굴도 동안이다. 이런 그에게 강한 남성미를 느끼기는 다소 어렵다. 하지만 지디는 패션을 통해 키 따위는 보이지도 않게 만들고, 심지어 묘한 섹시함마저 발산한다.

찬찬히 그의 패션 궤적을 따라가 보면 그 비법은 ‘성 중립’(gender-neutrality) 콘셉트에 닿는다. ‘성 중립’은 유니섹스, 앤드로지너스, 젠더리스를 뛰어넘어 요즘 패션계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여자와 남자의 성별 구분에 맞춘 착장을 넘어서, 다른 성별의 옷이라도 그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한 이 개념은 샤넬, 생로랑, 구치, 제이더블유(JW) 앤더슨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캣워크를 통해 선보였고, 길거리 패션에도 내려앉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지디는 생로랑과 샤넬을 줄기차게 입어왔다. 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디 슬리만과 카를 라거펠트는 ‘성 중립’ 패션을 가장 앞서 내놓고 있다. 지디는 가녀린 여자의 몸에 겨우 들어갈 샤넬 트위드재킷을 헐렁하고 찢어진 청바지 위에 입었고, 호피 무늬가 들어간 생로랑의 빨간색 카디건을 록 시크 무드로 녹여낸 스타일링도 보여줬다. 여성미가 가미된 남성복도, 여자들의 전유물인 여성복도 지디에겐 그저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옷으로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또 어떤가, 꽃무늬 남방이라니! 검정 바탕에 화려한 꽃이 프린트된 알로하셔츠는 까만 머리카락과 노릿한 피부를 가진 동양인들에게 무척 까다로운 아이템이다. 그 셔츠를 정형돈이 입었다고 상상해보라. 그래, 바로 그런 느낌이다. 이 난관을 지디는 색깔로 돌파했다. 빨간 모자, 하얀 선글라스, 검은 바지를 선택해 원색의 강렬함으로 난해한 프린트에 대응했다. 촌스러운 셔츠를 꽤 괜찮은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물론, 함께 출연한 태양, 광희와 또래로서 어우러지는 발랄한 악동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남방은 스트리트 브랜드 와코마리아 제품인데 지디는 하이패션뿐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타일을 구사하며, 그야말로 옷을 즐기고 있다.

양윤정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편집장
2년 전 정형돈은 도도하게 지적했다. “지디야, 너는 패션만 완성하면 돼.” 텔레비전 안팎으로 웃음이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기세를 잡은 정형돈은 힙합 아이돌처럼 ‘난닝구’ 차림으로 지디 앞에 나타났고, ‘너의 패션을 완성하자’며 동묘 벼룩시장으로 지디를 이끌었다. 지금도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삐딱하게’의 뮤직비디오 동묘 버전이 완성되던 순간이다. 2년 뒤 그들은 재회했다. 지디는 그만의 스타일로 등장했다. 이제 지디가 정형돈에게 물어줄 차례다. “형, 문제(question)는 패션이에요!”

양윤정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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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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