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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18 20:38 수정 : 2015.11.19 14:57

[매거진 esc]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에 출연한 강동원에게 손석희 앵커는 질문했다. “본인의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가린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나는 그 질문을 바꾸고 싶다.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가 연기에 방해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강동원의 얼굴에는 ‘진심’이 서려 있다. 여린 눈매와 단정한 입술, 낮은 말투와 사투리까지…. 그동안 강동원은 자신이 가진 이 순수한 느낌을 영화 속 캐릭터에 잘 녹여냈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쉽고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강동원의 영화 속 패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늑대의 유혹>에서는 교복을, <형사>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한복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죄수복을 입었다. 이 옷들은 모두 디자인이랄 것이 없어서 배우 강동원의 화려한 외모를 살그머니 눌러줬다. 그러자 관객들은 강동원의 얼굴과 눈빛에 담긴 이야기에 더 빨려들 듯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가을, 그가 사제복을 입고 관객 앞에 섰다. 영화 <검은 사제들>이다. 나는 영화 안팎에서 강동원의 세가지 다른 패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가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도록 이끄는 영화 속 강동원의 룩은 검은색 반소매 사제복, 검은색 로퍼, 그리고 검은색 가죽밴드 시계로 일관한다. 이마를 가득 덮은 바가지 머리에 앞에서 언급한 강동원만의 이미지로 ‘강건한 신부’를 완성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홍보용 스틸사진 속 강동원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이런 신부님이라면 하느님과 나만 아는 비밀까지도 고해성사를 하고 싶을 정도다. 그만큼 강하게 캐릭터의 설득력을 갖췄다 할까?

애니멀 프린트 롱재킷과 검은색 가죽바지, 굽 높은(요즘은 남성용 신발에도 높은 굽이 많다) 첼시 부츠 차림의 배우 강동원. 사진 양윤정 제공
개봉 직전 시사회에 참석한 강동원의 또다른 패션이 인터넷을 점령했다. 애니멀 프린트 롱재킷과 검은색 가죽바지, 굽 높은(요즘은 남성용 신발에도 높은 굽이 많다) 첼시 부츠 차림이다. 나는 이 화려한 룩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언제 어디서나 ‘배우 강동원’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옷 잘 입는 모델 이미지는 배우 강동원의 이미지를 해치는 게 아닐까 싶은 우려. 물론 어느 댓글에도 나 같은 우려는 없었다.

강동원은 영화 개봉 인터뷰라는 이슈에 맞춰 사제복의 연장선상에서 올 블랙 컬러를 선택했고, 다만 칼라 부분만 소재를 달리해 가볍고도 위트 있는 멋스러움을 살렸다. 사진 양윤정 제공
영화 <검은 사제들> 홍보차 제이티비시 <뉴스룸>에 출연한 강동원의 룩은 또 달랐다. 평소 깔끔하고 미니멀한 정장을 입으며 꽃중년의 대표로 꼽히는 손석희 앵커마저 옷에 신경 썼다고 할 만큼 강동원의 출연은 대한민국 여자들에게 설렘이고 기대였다. 나는 혹시 그가 지난 시사회에서처럼 화려한 스타일을 입고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 개봉 인터뷰라는 이슈에 맞춰 사제복의 연장선상에서 올 블랙 컬러를 선택했고, 다만 칼라 부분만 소재를 달리해 가볍고도 위트 있는 멋스러움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무척 젠틀한 느낌으로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은 내가 기대하는 배우 강동원에 딱 맞았고 흐뭇한 ‘누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바로 저거다!

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우리가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패션이란 결국 저런 게 아닐까? 작품은 계속 미루며 공항과 행사장에서 오직 패션만 선보이는 배우, 연기는 뒷전이고 잡지 화보만 찍어 패셔니스타로만 불리는 배우, 드라마 속 패션에 치중해 연기는 보이지도 않는 배우들을 우리는 꽤나 한심하게 여기지 않았던가. 강동원은 자신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패션을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최적의 요소로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함을 보여줬다. 바로 우리가 찾던 배우이자, 패셔니스타의 진정한 모습으로.

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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