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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3집 앨범 표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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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여자들도 제복 판타지 있어요.” “그게 제가 군인이 된 이유죠.” 요즘 대한민국 여자들이 수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강모연(송혜교)과 유시진(송중기)의 대사다. 극중 유시진의 군복은 어떤 배우가 입어도 나름 섹시했겠지만, 송중기였기에 더욱 마음 설??습 인정! 윤기 나는 긴 생머리를 가졌다고 모두가 전지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사실 보통 여자들에게 군복은 어딘가 모르게 ‘구린’ 이미지에 가깝다. 그런 군복도 송중기 같은 인물이 입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없던 판타지도 생길 것 같고, 생겨야만 할 것 같다.(결국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이렇게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제복은 유행을 좇느라 어정쩡하게 폼 잡은 옷차림보다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제복은 깨끗하고 정갈하고 정숙한 느낌을 풍기는 동시에, 특히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색깔을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어떤 이미지의 100%에 가까운 무엇, 그것이 환상을 자아낸다. 제복이 환상의 대표상품이 된 이유다. 강모연의 대사 “여자들도”엔 ‘남자들에겐 제복 판타지가 있다’는 뜻이 숨어 있다. 여기 남자들의 오랜 제복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그것도 아주 청순하게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세 걸그룹 ‘여자친구’(사진)다. ‘오늘부터 우리는’이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 여자친구는 지난 1월 발매한 3집 미니앨범 표지의 패션 콘셉트를 교복으로 잡았다. 하얀색 블라우스 위에 감색 타이, 회색 카디건, 짧은 치마를 입은 이들 여섯 명은 마치 누군가의 상냥한 여자친구일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두 장의 앨범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었다. 1집에선 흰 티셔츠와 빨간 반바지를 입었는데, 이는 여자고등학교의 여름 체육복을 연상케 했다. 그때 그들은 여자친구라기보다는 여동생들 같았다. 2집에서는 아예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팔을 괴고 누웠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동생에서 벗어나지 못해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아직 10대 멤버가 있는 걸그룹으로서 과한 노출이나 섹시 콘셉트는 어울리지 않을 테니 청순함이 최고의 무기였을 테지만, 여자친구한테서 느껴져야 할 ‘여성성’조차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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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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