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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 재정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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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4) 재정 운용의 두 갈림길
얼마 전 정부는 ‘2016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이를 전하는 뉴스를 많이 봤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네요? 그럴 만하죠. ‘재정수지’ ‘국가 채무’ ‘건전성’ 등 모르는 단어가 기사에 빼곡히 담겼을 테니까요. 엄마 아빠한테 여쭤봐도 대답하기 어려워하셨을 거예요.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재정의 특징을 짚어보려 해요. 이 과정에서 재정의 중요성도 느껴보고 현재 두가지 갈림길 앞에서 어른들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를 기대해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몇가지 개념 정리부터 하고 갈게요. 어른들도 재정에 대해 개념을 잘 몰라서 엉뚱한 풀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먼저 국가재정은 나랏돈을, 재정운용은 나랏돈을 쓰고 걷는 일을 가리켜요. 예산안에 1년치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담지요. 이 계획은 국회에서 검토해서 최종 확정됩니다.
여기서 보듯 재정은 돈을 걷는 일과 쓰는 일 두가지로 나뉘어요. 재정수지란 말도 여기서 나와요. 걷은 돈에서 쓴 돈을 빼고 남은 돈이 재정수지예요. 걷은 돈보다 더 많이 쓰면 재정수지는 적자가, 그 반대라면 흑자가 되지요.
국가채무는 뭘까요? 나랏빚이라고 말하면 좀더 와닿을 거예요. 그런데 정확한 뜻은 아니랍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낸 빚까지만 국가채무라고 해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빚은 국가채무가 아니라는 거지요. 재정(수지)적자가 쌓이면 국가채무도 늘어나요. 빚을 내서 적자분을 메우기 때문이죠. 재정(수지)적자와 국가채무가 클 때 재정건전성이 나쁘다거나 악화됐다고 풀이합니다. 이제 시작해볼까요?
나빠지는 재정건전성
재정건전성이 최근 들어 유달리 나빠지고 있어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커지고 있는 거지요. 먼저 재정적자부터 따져볼게요. 2010년엔 13조원, 2011년 13조5000억원, 2012년 17조4000억원, 2013년 21조1000억원, 2014년 29조5000억원, 2015년 46조8000억원이에요. 5년 만에 재정적자 규모가 4배 가까이 불어났지요?
국가채무도 빨리 늘고 있어요. 2010년엔 392조원이었는데 매년 불어나서 올해 595조1000억원, 내년에는 645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해요. 5년 동안 대략 250조원이 늘어났군요. 앞에서 적자가 쌓이면 채무도 는다고 한 말 기억나죠?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안 되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빚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좋다 나쁘다’ 이렇게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보죠. 엄마 아빠가 돈이 없다고 여러분에게 한끼 굶으라고 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은행에서 빚을 내어 세끼 식사를 챙겨주는 게 더 바람직할까요? 아마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집집마다 다른 결정을 내릴 겁니다.
다만 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알아둡시다. 건전성이 나빠지면 다른 나라나 다른 나라 은행에서 우리 정부가 빚을 낼 때 이자를 더 물어야 합니다. 은행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한테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은행으로선 돈을 잘 갚는 사람한테 더 많이 더 싸게 빌려주려 하니까요.
여기서 끝이 아니죠. 정부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한테도 다른 나라에서 돈을 잘 빌려주지 않으려 하거나 빌려주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물립니다. 기업 살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지요.
과거를 더듬어보지요. 우리나라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는 부도 위험에 몰린 1997년 12월의 일이에요. 삼성전자와 같은 큰 기업도 당시에는 100억원을 3년간 꾸는 데 매년 이자만 24억원을 은행에 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부도 위험이 크게 줄어든 2001년 1월에는 같은 100억원을 빌려도 매년 내는 이자는 8억원으로 줄어들었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남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젊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번 돈으로 살아야 하는 어르신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고령화 현상’이지요. 20년 가까이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적게 낳아서 생긴 현상이에요.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정부가 써야 할 돈도 크게 불어납니다. 벌어놓은 돈이 충분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정부가 돌봐야 하니까요.
나랏돈 쓰고 걷는 일, 재정운용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커지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진다 말하지요
5년 만에 재정적자 규모 4배 붇고
5년간 국가채무 250조원 늘었대요 돈 걷는 일의 지표는 조세부담률
우리나라는 17.9%, 스웨덴은 34%
정부가 돈 쓰는 규모는 31.8% 정도
일본 42.3%, 미국 38.7%라죠
특히 복지에 쓰는 돈은 꼴찌랍니다 덜 써야 하나? 더 걷어야 하나? 건전성이 나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정은 돈을 걷는 일과 쓰는 일로 나뉜다고 한 말 기억나죠? 그러면 해법도 두가지이겠지요. 돈을 더 걷거나, 아니면 덜 쓰거나. 문제는 두 해법 중 어떤 길을 택하느냐입니다. 사람마다 선택은 다를 거예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라마다, 혹은 추구하는 가치나 이념, 심지어 시대에 따라서도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정답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실제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다툼도 벌어져요. 먼저 돈을 더 걷는 방안부터 따져볼게요. 더 걷는다는 건 더 많은 세금을 국민한테 매긴다는 뜻입니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어느 정부나 부담스러운 일이죠. 자발적으로 세금 더 내겠다는 국민은 거의 없으니까요. 돈이 많은 사람이나 기업은 다른 나라로 이민하거나 이전한다고 시위를 할 수 있어요. 돈이 적은 사람이나 기업은 지금도 팍팍하게 살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더 뜯어가냐고 항의하지요. 누구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걷느냐는 문제를 푸는 것도 쉽지 않지요. 사람들은 기업에서 더 걷으라 하고, 기업들은 세금 많이 내면 사람을 적게 뽑고 월급도 줄여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지요. 어떤 선택이든 쉽지 않아요.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거든요. 자, 그러면 돈을 덜 쓰는 방안은 어떨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정부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정부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복지’ ‘교육’ 분야입니다. 취업을 못한 사람이나 어르신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여러분처럼 어린 학생들의 교육비나 급식비도 나랏돈에서 나오죠. 정부가 쓰는 돈 절반쯤이 여기에 쓰여요. 또 나라를 지키는 군인 아저씨가 입을 옷이나 먹을 음식은 물론 탱크나 전투기를 사고, 수리하는 비용도 나랏돈으로 해결하구요, 경찰서나 소방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이나 다리나 도로를 깔 때 들어가는 돈에도 나랏돈이 쓰이지요. 나랏돈이 없다면 버스나 지하철 요금은 물론 전기료나 수도요금도 크게 오를 거예요. 이런 나랏돈의 쓰임새를 짚어보면, 정부가 돈을 덜 쓰게 되면 공공 서비스가 줄어들고 사회 안전망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양극화도 줄이기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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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모습. 예결특위는 정부의 예산안과 결산안을 심의한 뒤 본회의에 부의한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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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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