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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필요한 대상을 정해 지원하는 양적 완화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월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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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18) 국회의원 선거
바야흐로 선거철이에요. 요즘 텔레비전만 켜면 선거 뉴스, 선거 토론, 선거 홍보가 나와요. 신문을 펼쳐도 마찬가지예요. 엄마·아빠도 여러분이 사는 마을에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나선 후보들을 놓고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실 거예요. 할아버지·할머니도 경로당에서 다른 어르신들과 입씨름하실지 모르겠네요.
‘뭔 상관이야!’ 투표권이 없는 여러분 중에도 아는 체하며 볼멘소리 하는 친구가 제법 있을 거예요. 어떤 친구는 “그 나물에 그 밥 아냐” “선거한다고 더 나아지나”라며 어른들 말을 따 푸념하기도 하죠? 우리네 살림살이가 선거 한번으로 달라질 것도 아닌데, 어른들이 너무 호들갑 떤다고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저도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데 한 표!
그런데 말이에요. 선거가 우리네 삶을 확 바꾸지는 못해도 좀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는 있어요. 지금보다 더 훌륭한 국회의원을 뽑는 것도 그 지름길이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지금껏 숨어 있던 참신한 아이디어가 토론의 장에 머리를 내밀기도 하기 때문이죠. 성긴 듯한 이 아이디어가 가다듬어져 근사한 정책이나 제도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어요.
이번 선거에서도 눈에 띄는 참신한 경제 공약이 여럿 있어요. 물론 곧바로 우리네 삶에 적용할 정도로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래서 실현 가능성도 낮아 보여요. 하지만 한 번쯤 아니 골똘히 생각해볼 만한 게 적지 않아요. 선거 바람이 지나고 나면 좀더 깊이있는 토론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가져 보네요.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양적 완화
정권을 잡고 있는 새누리당 공약 중 하나부터 먼저 살펴봐요. ‘양적 완화’라고 불리는 녀석이에요. 이 공약이 발표 이후 한 열흘 정도 텔레비전에서 쉬지 않고 소개가 됐으니,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는 봤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말인지 도통 감이 안 오죠?
양적 완화는 은행 중의 은행인 ‘한국은행’이 시장에 돈을 푸는 한 방법이에요. 원래 한국은행은 돈을 풀었다 죄었다 하면서 물건값(물가)과 경기를 관리하는 구실을 해요. 돈이 풀리면 물건값은 오르고 죄면 물가는 떨어져요. 다만 양적 완화가 주목을 받은 건, 지금껏 한국은행이 돈을 푸는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서예요.
그간 한국은행은 ‘이자율’(금리)을 올리거나 내리는 방법으로 돈을 풀거나 걷어들였어요. 가령 이런 거예요. 이자가 비싸면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돈은 시장에 풀리지 않게 돼요. 반대로 이자가 얼마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데 부담이 줄어들게 되어서 시장엔 돈이 풀리지요. 경기가 안 좋으면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내려서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쉽게 돈을 빌려가도록 해요. 돈을 빌려서 투자도 하고 물건도 사도록 해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거지요.
양적 완화는 한국은행이 매우 싼 이자만 받고 필요한 쪽에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에요.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돈이 필요한 쪽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푸는 방식이라면, 양적 완화는 돈을 푸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에요. 불공평하다고요? 그렇게도 보여요. 한국은행이 대상을 딱 정해서 돈을 싸게 빌려주는 거니까요.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다른 데 있어요. 바로 불공평할 수도 있는 일을 선거 공약으로까지 제안한 배경이에요. 일단 전통적인 돈 푸는 방식인 이자율 조정이 그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3.25%에서 1.5%까지 많이 내렸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도무지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자율을 내리면 사람이나 기업이 돈을 많이 빌려가서 투자도 하고 물건도 사고 해서 경기가 활기를 띠어야 할 텐데, 마치 물에 젖은 옷처럼 경기는 5년 넘게 쭉 처져 있어요. 지금도 이자율이 1.5%이니 더 내릴 여지가 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이자율을 더 내리더라도 ‘과연 경제가 살아날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해요.
이처럼 우리 경제가 매우 특이한 상황에 내몰린 만큼 전통적인 ‘이자율 조정’ 방식 말고 또다른 방식으로 양적 완화가 제안됐다고 볼 수 있어요. 이자율 조정 방식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꼭 필요한 가계나 기업으로는 돈이 흘러가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에는 꼭 필요한 대상을 골라서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인 거죠.
사실 양적 완화는 다른 나라 몇 곳에선 이미 사용했거나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돈 풀기 방식이에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하고 있지요. 물론 이 나라들 역시 2008년 경제를 수렁에 빠뜨렸던 ‘금융위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또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안이 됐고 시행되고 있어요. 효과가 있었냐고요?
‘있었다’ ‘없었다’ 무 자르듯이 딱 말하기는 힘들어요. 애매한 상황이죠. 이들 나라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지도 않았으니까요. 다만 분명한 건, 양적 완화가 제안되고 막 시작할 때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지금은 그런 목소리가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에요. 지금은 양적 완화 규모를 더 늘려야 할지, 아니면 또다른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지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자율 내려 시장에 돈을 풀어도투자·소비 안 늘고 경기는 썰렁하죠
대상 콕 집어 지원하는 양적완화
미국·일본·유럽은 이미 시행 중
효과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요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해도
빈부 격차 커지며 양극화 뚜렷해요
공평한 기회 주자는 경제민주화
공공주택 늘리며 최소한의 삶 보장
돈은 누가 내야 할지 의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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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빈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2015년 8월19일 서울 종로구 금천교 상가 상인들이 권리금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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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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