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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09 20:34 수정 : 2016.03.10 14:55

[매거진 esc] 공유하기

얼마 전 자동차를 운전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으레 경부고속도로를 탈 줄 알았는데,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은 다르더군요. 영동고속도로로 가다 경기 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경북 김천까지 달렸습니다. 거기서부터 잠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까지 가니 이번에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라는 것이었습니다. 10년 전 새로 생긴 길이더군요. 부산에 도착한 뒤 지나온 경로를 그려보니 거의 일직선에 가까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온 나라 길이 알게 모르게 직선화돼왔습니다.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이 생기면서 대관령, 미시령 같은 고개를 굽이굽이 넘던 길은 이제 차가 거의 안 다니는 ‘옛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빠르면 2시간대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문득 20여년 전 기차 타고 강릉 가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원주, 제천을 거쳐 빙빙 돌아가는 바람에 6시간이나 걸렸지만, 푸른 바다와 나란히 달리던 순간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지난해 루트66을 달렸습니다. 1926년 개통한 미국 최초 대륙 횡단 고속도로로, 미국인들이 ‘마더 로드’(어머니의 길)라 부르는 길입니다. 하지만 1950년대에 더 넓고 빠른 고속도로가 들어서면서 루트66을 지나는 차가 급격히 줄었고, 나중에는 아예 고속도로 자격을 잃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한 이들이 쇠락한 옛길의 명성을 복원하는 데 앞장서면서 ‘히스토릭 루트66’이란 이름의 문화 역사 도로로 거듭났고, 길이 지나는 소도시들은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이는 픽사 애니메이션 <카>(2006)의 토대가 됐습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듯이 우리에겐 루트66보다 더 멋진 길이 많습니다. 바닷가 따라 굽이굽이 도는 길을 느릿느릿 가다 보면, 평소 직선으로 빠르게 달릴 땐 안 보이던 것들이 새삼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올 겁니다. 길만 그럴까요? 우리네 삶도 그러리라 생각해봅니다.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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