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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6 20:33 수정 : 2016.03.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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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의 어제와 오늘을 다룬 이번주 커버스토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반려악기’라는 말이었습니다. ‘반려동물’처럼 평생의 친구로 삼는 악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내게도 반려악기가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더군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동네 피아노학원에 다녔습니다. 바이엘이니 하는 것들을 배웠는데, 그리 즐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연주회에 나가서 ‘어린이 왈츠’를 치다 계이름을 틀렸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얼마 뒤 피아노를 그만뒀고 치는 법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악기를 다시 잡은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스스로 통기타를 사서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인기가요대백과 같은 책을 펴놓고 손가락에 물집이 부풀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기타를 쳤습니다. F코드를 처음 제대로 잡았을 땐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이후 언젠가부터 멀리하게 된 기타를 다시 잡은 건 30대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동네 음악학원에 충동적으로 들어갔습니다. 통기타를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웠습니다. 실력이 쑥쑥 늘어 비틀스의 ‘블랙버드’를 연주해냈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기타에 쌓인 먼지를 방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반려악기를 끼고 살 생각입니다.

오늘 아침, 믿기 힘든 비보를 전해들었습니다. 인디 레이블 ‘러브락컴퍼니’를 꾸려온 동갑내기 친구가 세상을 등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악과 관련 없는 일을 하다 6년 전 우연히 홍대 앞에 발을 들인 그 친구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뛰었습니다. “돈은 안 돼도 재미있고 행복하니 그걸로 족하다”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늘 밝게 웃던 그였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토록 밝은 얼굴 뒤에 숨은 고민의 무게가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걸 헤아리지 못했던 내가 참으로 미안해집니다. 낙원에 가서 ‘반려음악’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길 바랍니다.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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