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30 20:35
수정 : 2016.03.31 09:55
[매거진 esc] 공유하기
혼술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혼자 술 마시길 즐기는 사람입니다. 술자리에선 남들과 수다 떠는 재미가 6할은 넘는다고 믿습니다. 그걸 포기한다는 건 상쇄할 만한 장점이 있다는 얘기겠죠. 술맛을 온전히 즐기거나, 고독을 안주 삼아 질겅질겅 씹거나, 혼자 사유하는 시간을 갖거나, 스마트폰 에스엔에스로 남들과 소통하며 마시거나….
저도 혼술을 즐기던 한때가 있었습니다. 집에 일찍 들어갈 때면 동네 분식집에서 순대 1인분을 포장하고 슈퍼에서 막걸리 2통을 샀습니다. 저녁식사 대용이었는데, 1통으론 좀 아쉽고, 2통으론 제법 취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좀 궁상맞다 싶어 그만뒀는데, 지금도 가끔 그런 궁상스런 혼술이 고플 때가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혼술은 근사한 바에서 칵테일, 싱글몰트 위스키, 와인, 맥주 등을 홀짝이는 쪽입니다. 혼자 소주나 막걸리 마시는 사람을 두고 혼술족이라 하진 않더군요. 이런 부류는 오히려 알코올중독자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에 나온 것처럼 집에 홈바를 꾸미기로요. 홈바에서 막걸리와 순대를 먹으면 그럴싸한 기분이 들려나요? 아니요. 마음을 바꿨습니다. 막걸리와 순대는 역시 상 펴놓고 퍼질러 앉아 먹어야 제맛이지요.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먹거나요.
이별의 시간이 왔습니다. esc에 20개월 넘게 연재해온 ‘이우성의 좋아서 하는 인터뷰’가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2014년 7월 첫 회 서효인 시인부터 마지막 회 오은 시인까지 모두 38명(또는 팀)을 인터뷰했습니다. 여느 인터뷰와는 많이 다른, 이우성만의 독특한 시각이 얽힌 인터뷰를 더는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그냥 보낼 순 없죠. 다음에는 번외편으로 제가 이우성 시인을 인터뷰해보려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어쩌면 음주 인터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막걸리와 순대를 사이에 놓고 말이죠.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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