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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4 19:53 수정 : 2015.11.30 11:08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핵심 설정이 불러오는 강렬한 기시감의 근원은 15년 전 개봉한 <비천무>였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세월 참.

이병헌, 전도연이 공동 주연했던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의 감별 소견을 작성하던 풋풋한 시절로부터 벌써 16년의 세월이 흘러, 이 두 배우가 공동 주연을 함과 동시에 김고은이라는 젊은 피가 합류한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의 감별 소견을 작성하게 되니 그 감개가 실로 무량하다.

그런데 지난 <엠아이 5>(MI 5)에 이어 이 영화에 대한 감별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또다시 품으실 분도 꽤 여럿 계시리라 믿는다. 그럴 만도 하다. ① 이병헌과 전도연이라는 두 영리한 배우가 공히 선택한 시나리오인데다 ② 이 두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할 연출자라면 그 역량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요 ③ 이 배우들을 보고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그 미술, 세트, 의상 등의 뻑적지근함은 굳이 논할 필요가 없을진대 대체 무슨 감별이 필요하단 것인가.

하지만 여지는 있다. 언제나처럼. 제목부터 아예 대놓고 ① ‘무협액션’임을 밝히고 있고 ② ‘고려’라는 시대 배경을 채택함과 동시에, 그 배경 아래에서 각종 인연을 얽고 꿰고 꼬며 ③ ‘멜로’코자 하는 포부 밝히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왜? 그게 뭐 어때서?

핵심은 이 세 가지 핵심 설정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기시감이다. 그렇다. 우리는 15년 전 여름,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지금의 <협녀>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력하게 ‘무협액션 대작’을 표방함으로써 초미의 관심 속에 개봉하였던 그 영화 <비천무>를 기억한다.

뭔가 떼돈을 투하하고 있음은 물론 모두들 근면성실히 와이어 액션 해주고는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며 대사며 장면이며 뭐 하나 기억에 남기지 못한 채 기억의 뒤안길로 씁쓸히 사라져갔던 <비천무>… 그 안타까운 가성비로 인해 심지어는 ‘비싼무’라는 별칭까지 얻어야 했던 그 영화의 기초 설정이, 15년 만에 <협녀> 통해 빙의되듯 되살아왔으니 우리는 사뭇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랴.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는 반복되고 있었음이라.

다행히도 <비천무> 개봉 당시 그리도 말이 많았던 와이어 액션에서 언뜻언뜻 노출되었던 철삿줄의 번득이는 광채까진 없었다만, 주연급 전원이 인간 드론 되어 거침없이 활공하는 <협녀>에서의 와이어 액션 또한 그리 환호할 만한 것은 못 되더라.

뭐, <와호장룡>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 중요한 것은 공중부양 그 자체보다는 그의 활용과 안무일 것이다. 한데 <협녀>의 공중비행은 그것이 드높은 무공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 로켓티어의 소치로 보인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안기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 액션의 핵은 <와호장룡>보다는 <영웅> 등의 장이머우(장예모) 감독 영화들의 대륙풍 작풍을 추구하고 있는지라, 공중부양보다는 각종 장중미 넘치는 슬로모션일 것이다. 그러나 각종 검투를 중심으로 궁극의 영상미를 극력 추구하였던 슬로모션 장면들에서 얻어지는 감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완급조절 강약조절 없는 시종일관적인 추구로 인해 감각이 마비되어버리고 마는 ‘과도한 추구의 오류’의 징후마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하여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세트 및 의상 및 소품 등등 또한 투여된 떼돈의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것 외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뭐, 다 좋다. 이야기나 캐릭터가 신선하고도 흥미롭다면 비주얼이야 과도히 추구되건 말건 무슨 문제이리. 하나 그렇지 않은 관계로, 결국 모든 것은 문제가 된다.

<협녀>는 중반부에 이를 때까지 과거와 현재를 무제한으로 오가며 그 복잡하고도 다단한 사연들을 어수선히 브리핑함으로써 관객들 뇌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더구나 인물들의 사연이나 심리나 감정 등등은 대부분 사건이 아닌 말(言), 즉 대사를 통해 브리핑되고 있어 부담은 극에 미친다.

영화의 도입부 자막은 고려시대를 ‘검과 차와 민란이 지배하던 시대’라 칭하고 있으나, 내가 보기엔 고려는 아무래도 말(言)이 지배하는 시대였다. 심지어 핵심 싸움까지도 종종 칼 아닌 말로 해결하고 있는 이 영화에는 ‘말의 기억’이라는 부제가 붙었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대사들 역시 검투 장면들처럼 알맹이 없는 멋과 각을 추구함으로써, 그 어느 하나 기억되지 못한 채 휘발되는 비운을 겪고 만다만….

그러나!

<비천무>가 그러하였듯, <협녀> 역시 막판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검흔 하나를 새긴다. (주의- 이하 스포일러 함유) 바로 주인공들의 최후가 그것이다. 놀랍게도 <협녀>는,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비천무>의 마지막 장면, 즉 남녀 주인공이 한칼에 동시에 꿰어지면서 장렬한 최후 맞는 ‘닭꼬치형 자결’ 장면을 그대로 되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아아, 15년은 그 영화적 참변마저 부활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단 말인가.

세월 참.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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